오피니언

[현정택의 세상보기] 경제정책 틀 바꿔야 위기 넘는다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민간경제활력 바닥으로 떨어져

재정 풀기는 효과 한계·부작용

IT·노동 등 규제개혁 실현해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세계 경제에 큰 파고가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으며 주식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유럽의 감염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2일 이미 올해 세계 경제전망을 0.5%포인트 낮췄고 중국 경제성장률이 4%대로 떨어진다고 예측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기 전반이 코로나19로 빠르게 위축된다고 진단했으며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1.4%까지 낮춰 잡았다.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와중에 국회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부결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규제 혁신의 대표사례로 내세운 인터넷은행 육성을 위한 법이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국회는 또 문 대통령이 혁신적인 영업모델이라고 얘기했던 ‘타다’를 금지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자유시장경제를 기본이념으로 한다는 미래통합당도 가담했다. 모두가 말로는 경제가 엄중하다고 하면서 보여준 행동이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어려움을 재정을 풀어 타개하자는 주장이 많다. 정부가 제안한 11조7,000억원의 추경 규모로는 턱도 없다며 여당 의원은 25조원, 대한상의 회장은 40조원을 제안했다. 국민청원을 통해 난데없이 등장한 재난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은 황교안 야당 대표가 솔깃해하는 바람에 여당 지자체장에 의해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51조원을 나눠주자는 얘기로까지 비화했다.


일반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면 경기부양 효과가 커지지만 한국은 지난해 추경까지 하면서 유례없는 팽창재정을 펼쳤는데도 불과 2% 성장했다. 그중 민간의 기여도는 0.5%다. 코로나 사태와 관계없이 한국 경제의 문제는 민간경제의 활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데 있다.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규제와 노동친화적인 정책으로 투자가 줄고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외국 기업의 국내투자의 3배를 넘었다. 정부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결과적으로 민간경제를 더욱 위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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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정부의 규제개혁 실무를 총괄한 경험이 있는데 1만1,000건에 달한 규제를 절반으로 줄인 것이 경제회복에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당시 국회는 각 부처 소관의 수많은 규제를 일괄 처리하는 특별법을 만들면서까지 지원해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경제위기에 처한 지금이야말로 혁신과 성장에 필요한 규제개혁을 실현할 때다. 한국이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법에 가로막혀 이번 코로나19 현장에서조차 제대로 쓰이지 못했던 원격의료의 규제를 풀어야 하며 빅데이터 이용과 생명공학 촉진을 위한 규제개혁도 이뤄야 한다. 드론과 자율주행차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고 시범사업이 가능한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세계 100위권 밖인 노사관계의 경쟁력도 풀어야 할 문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코로나19로 방역작업 소요가 늘어난 지난달에 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고용노동부가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지 않으면 위기 극복이 절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간주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틀을 깨는 고통을 회피하고 기본소득처럼 돈으로 해결하는 것을 추구하면 위기를 넘기기는커녕 더 큰 수렁으로 빠져들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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