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크게 확산한 배경에 이른바 ‘슈퍼 전파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은 11일(현지시간) 이 슈퍼 전파자를 매개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가 5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슈퍼 전파자 의혹을 받는 환자는 지난 2일 뉴욕주에서 두 번째 확진 판정을 받고 뉴욕시 맨해튼의 한 병원에서 치료 중인 50대 남성 변호사다. 그는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뉴 로셸(New Rochelle)에 거주하면서 뉴욕시 맨해튼으로 출퇴근을 해왔다. 이 남성은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력이 없다. 다만 감염 전 마이애미를 다녀왔다고 일부 미 언론은 전한 바 있다.
이 변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이틀만인 4일부터 추가 확진자가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일 이 변호사의 아내와 맨해튼 소재 예시바대학에 다니는 아들, 브롱크스의 ‘SAR 아카데미’ 고교에 재학 중인 딸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변호사를 병원으로 데려다준 이웃 주민 1명과 변호사의 친구 가족 5명도 감염됐다. 5일에는 8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6일에는 이 변호사가 다녔던 뉴 로셸의 유대교회당인 ‘영 이스라엘’에서 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같은 날 이 변호사와 관련된 4명과 친구 2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 변호사가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진 바에 음식 케이터링 서비스를 했던 2명도 감염됐다.
7일에는 이 변호사와 연관된 23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가 밝혔다. 뉴욕주 전체 확진자 가운데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와 카운티 내의 뉴 로셸 지역에서 절반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미 뉴욕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쿠오모 주지사는 전날 뉴 로셸 지역에 주 방위군 투입 계획을 밝히고, 현지의 한 유대교회당을 중심으로 반경 1마일(1.6㎞)을 집중 억제지역, 이른바 ‘봉쇄 존(containment area)’으로 설정했다. 다만 사람의 출입을 막지는 않기로 했다. 뉴 로셸은 뉴욕시에서 약 40㎞ 북쪽에 있다.
뉴욕주는 집중 억제지역 내 학교와 커뮤니티 센터, 예배를 보는 종교시설 등을 오는 12일부터 2주간 폐쇄하기로 했다. 투입되는 주 방위군은 시설에 대한 소독작업을 벌이는 한편, 자가격리 중인 주민들에게 식량 등 구호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뉴 로셸은 특별히 문제다. 확진자 숫자가 줄지 않고 증가하고 있는 클러스터(집단)다. 우리는 특별한 공중보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뉴욕주 확진자는 39명이 늘어난 총 212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뉴 로셸을 비롯한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서만 121명의 환자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