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금융 리스크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몰락하면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권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5일 나이스평가정보의 개인사업자 대출 동향을 보면 지난 2017년 175만여명이던 개인사업자 차주는 2018년 192만여명에서 지난해 207만여명으로 3년 새 18.5%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 규모는 371조6,000억원에서 474조1,000억원으로 27.6%나 급증했다. 자영업자의 잠재부실률 역시 2017년 2.90%에서 2018년 3.08%, 2019년 3.23%로 꾸준히 올랐다. 아직 큰 수치는 아니지만 추세적 상승세가 시작됐다는 점이 문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받은 차주와 잠재부실률이 동시에 늘어난다는 게 자영업자의 상황 악화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통상적으로 부실률은 과거 돈을 빌렸던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즉 ‘더 많이 빌리면서도 더 오래 못 갚은’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코로나19가 덮친 올해 1·2월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2조2,1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6,399억원)보다 35%나 뛰었다. 특히 대출의 질이 급격히 악화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07만여명의 자영업자 차주 가운데 47만여명이 2건 이상의 대출이 있다. 2건 이상의 대출을 가진 자영업자의 잠재부실률은 3.95%로 전체 자영업자 부실률보다 0.7%포인트 높았다. 3건 이상 보유한 자영업자는 부실률이 무려 4.7%로 치솟았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사이 2건 이상 대출이 있는 자영업자와 1건을 대출한 자영업자의 부실률 차이는 0.69%포인트에서 0.92%포인트로 확대됐다. 즉 여러 건을 대출한 자영업자 비율이 증가하고 이들의 잠재부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호금융·저축은행으로 몰리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2건 이상 대출한 자영업자의 상호금융 비중은 2017년 35.0%에서 지난해 37.5%로, 저축은행은 18.8%(2017년)에서 20.9%(2019년)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권은 93.1%에서 91.8%로 조정됐다.
자영업자 위기가 금융권으로 전이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사들은 산업 구조조정 지연, 경기 둔화 등에 따라 지난해부터 여신 부실화에 대한 대비 수위를 높여왔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코로나발(發) 리스크에 올해 대규모 대손비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3조6,8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4대 지주의 지난 3년 평균 대손충당금 전입액(2조4,437억원)보다 무려 50.8% 늘어난 수치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금융사들이 채권 회수 불가능성 등에 대비해 쌓아놓는 돈으로 이 규모가 늘어나면 대출 부실 우려가 커졌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코로나19로 내수 침체와 글로벌 경기 위축이 장기화하면 한계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실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어 선제적인 위험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