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한진칼(180640)이 제기한 주주연합측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주주연합이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눈길이 쏠린다.
금감원 관계자는 17일 “한진칼이 반도건설의 허위공시 의혹을 비롯해 주주연합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자료를 첨부해 조사를 요청한 만큼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며 “양쪽의 주장을 모두 확인해봐야 하고 추가 자료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조사가 끝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반도건설 등 주주연합의 불법적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주주연합의 법적지위에 대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한진칼 주총이 10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법적문제가 불거진 만큼 경영권 향방을 좌우할 소액주주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이날 금감원에 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진칼이 지적한 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내용은 전날 논란이 된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 의혹을 포함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경영권 투자, 임원·주요주주 규제 등이다.
한진칼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두 차례 만나 한진그룹 명예회장직을 요구한 점을 들어 반도건설이 경영참여를 위해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허위공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10일 기준으로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 8.28% 중 5%를 초과한 3.28%에 대해 주식처분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지분대량보유보고제(5%룰)’에 따르면 보유한 상장사 지분이 5%를 넘어서거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의 지분을 1% 이상 늘리거나 줄일 때는 지분 취득 및 매각의 목적을 명확히 공시해야 한다. 조 회장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주주연합의 일원인 반도건설 계열사 대호개발은 지난해 10월8일 공시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해 5%를 넘어섰다고 밝히면서 지분 취득 목적을 ‘단순투자’로 명시했다. 이어 지난해 11월18일(1.26% 지분 추가 취득)에도 지분 취득 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했다. 하지만 올 1월10일(2.02% 추가 취득) 갑자기 취득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꿔 공시했다. 만약 허위공시가 인정되면 반도건설이 보유한 의결권 지분 8.20% 중 5%를 넘는 3.20%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또 금융위원회는 6개월 내 이 지분 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
한진칼은 KCGI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도 제한하고 수사기관 고발해달라고 요청했다. KCGI가 홈페이지 ‘밸류한진’에 연락처를 남긴 한진칼 주주들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KCGI에 의결권을 위임해줄 것을 권유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KCGI가 지난 6일 위임장 용지와 참고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152조와 153조에 따라 2영업일이 지난 뒤인 11일부터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할 수 있지만, 이보다 앞선 7일부터 의결권 위임 권유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진칼은 KCGI가 보유한 투자목적회사(SPC)의 투자 방법도 문제 삼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SPC는 단독으로 10% 이상의 경영권 투자를 해야 한다. 또 SPC가 최초 주식 취득일로부터 6개월이 지날 때까지 10% 이상 경영권 투자를 하지 못할 경우 6개월 내에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한진칼은 “현재 KCGI가 운용하는 6개의 SPC 중 한진칼 지분 12.46%를 보유한 그레이스홀딩스만 10% 이상 경영권 투자를 했을 뿐 나머지는 경영권 투자를 하지 않았다”며 “2.42%를 보유한 엠마홀딩스의 경우 최초 한진칼 지분 취득 시점이 작년 2월28일로 경영권 투자 없이 지분을 보유한 지 12개월이 지나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한진칼은 KCGI가 자본시장법상 주요 주주로서의 공시 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KCGI의 SPC인 그레이스홀딩스가 2018년 12월28일부로 한진칼 주식 10% 이상을 보유해 자본시장법상 주요주주에 오른 만큼 임원이나 주요 주주 각자가 소유한 주식을 개별적으로 보고할 의무가 생겼지만, 그레이스홀딩스는 작년 3월 이후 특별관계자인 엠마홀딩스나 캐트홀딩스가 보유한 주식 수를 그레이스홀딩스의 소유 주식수로 포함해 공시했다는 것이다. 한진칼은 “실제 주식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이는 심각한 공시 의무 위반”이라며 시정 명령과 수사기관 통보를 요청했다.
/김민형·양사록기자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