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수자원공사, 中企 39곳과 해외개척단 구성…동남아 水처리산업 진출 가속화

[물산업 육성 팔걷은 수자원공사]

해외 네트워크 적극 활용

베트남 등서 사업현지화 지원

공기업 최초 벤처투자委 운영

676억 규모 스케일업펀드 조성

2022년까지 400개 벤처 발굴

한국수자원공사 직원과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 관계자가 현지 담당자들에게 설비 사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사진제공=수자원공사한국수자원공사 직원과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 관계자가 현지 담당자들에게 설비 사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사진제공=수자원공사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서쪽에 위치한 반텐주(州). 지난 4일 이 지역의 다르 엘 쿨람(DQ) 이슬람 기숙학교에 파란 지붕의 높이 4m짜리 정수처리시설이 들어섰다. 학생과 직원 등 6,500명 모두가 매일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공급해주는 귀한 시설이다. 물을 담아두는 별도의 저류조가 필요하지 않아 정수장 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인 게 특징이다.

여기에는 한국수자원공사와 국내 수(水)처리 중소기업인 경일워터가 공동개발한 ‘직결형 수처리 기술’이 적용됐다. 서인석 수자원공사 케이워터(K water) 연구소장은 “공사가 보유한 원천기술과 경일워터의 요소기술이 접목된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수자원공사와 경일워터는 오는 9월까지 시범 운영한 후 그 결과물을 앞세워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일워터 입장에서는 해외시장 개척에 공기업인 수자원공사가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서 소장은 “자카르타 인접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위성도시가 집중공략 대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물관리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정부의 물산업 육성정책이 본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그 중심에는 물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 산하 수자원공사가 있다. 창립 이래 줄곧 국토교통부 산하였던 수자원공사는 2018년 6월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환경부로 편입됐다. 이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인프라 산업이자 자본집약적 사업인 물산업 육성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박재현 수자원공사 사장은 “중소 물 기업의 성장과 이들의 해외진출, 신규 물산업 발굴을 통해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이루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물 분야 中企 39곳과 ‘해외시장개척단’ 가동=수자원공사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과의 해외 동반 진출을 통해 현지 사업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국내 중소기업 ‘유솔’은 베트남 까오방·타인호아성(省)과 총 215만2,000달러(약 24억원) 규모의 스마트 관망(pipeline) 시스템 구축계약을 체결했다. 낙후된 현지 상수도 시스템에 스마트기술을 장착해 첨단화함으로써 고질적인 누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유솔의 프로젝트 수주 배경에는 앞서 수자원공사와 함께 베트남 닌빈성에서 진행했던 시범사업의 성공 노하우가 자리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와 유솔은 닌빈성 내 800가구가 사용하는 수도시설을 현대화하는 프로젝트를 현지에서도 놀랄 만큼 잘 마무리했다. 수자원공사가 사업을 총괄해 기술 컨설팅을 해주면 유솔이 누수감지센서를 설치·교육하는 협업이 통한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유솔처럼 해외 공동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물 분야 중소기업 39곳과 해외시장개척단을 구성해놓고 있다. 해외시장개척단을 통해 수자원공사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147억원의 수출을 이미 달성하기도 했다. 미국·태국 등에서 열리는 물산업 전시회에 이들 기업과 통합 부스를 마련해 적극 참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에는 베트남·필리핀·태국 등 3개국에서 8개 기업이 참여하는 총 4건의 기술 현지화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기업들이 해외에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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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최초 벤처투자委 운영=수자원공사는 공기업임에도 민간기업이나 두고 있을 법한 ‘벤처투자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물산업플랫폼센터 산하 조직인 이 위원회는 내부와 외부 각각 4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물산업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린다.

내부위원은 자금·예산 등을 담당하고 외부 전문가는 창업 지원과 회계·금융을 담당한다. 공기업의 벤처투자위 운영은 수자원공사가 처음 시작했을 정도로 획기적인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자원공사는 676억원 규모로 물 분야 스타트업 스케일업 펀드를 조성해 이 중 60억원을 미래과학기술지주 창업펀드 등 4개 펀드에 출자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출자금액의 200%를 물산업, 스마트시티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산업 분야 유망기업 육성 의지 덕에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4차 산업 분야 예비창업 패키지 주관기관’에 뽑혔다. 20개 분야의 유망 예비창업기업을 선발해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업에 수자원공사는 ‘스마트시티’ 분야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2018년 1월 물산업 분야 스타트업 허브를 조성한 후 육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는 스마트시티 중에서도 ‘물 분야’ 예비창업기업의 전담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기창업 패키지 사업 기관으로도 선정됐다.

수자원공사는 ‘될성부른’ 물 분야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스타트업 126곳의 창업을 지원했다. 2018년보다 무려 78곳이나 늘었다. 물산업 분야 67개 스타트업뿐 아니라 예비·창업도약 기업(20개)과 창업도약 패키지 기업(39개)이 포함돼 있다. 이는 공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사내벤처 지원 실적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매출은 5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배 불었다.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신규 고용도 269명으로 6.5배 늘었다. 수자원공사는 2022년까지 4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고용 확대와 물산업 선진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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