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개원율이 급증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영세학원들이 열화상카메라나 비접촉 발열 체크기(체온계) 등 기본 방역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영업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발열 체크기마저 구하기 어려워지자 체크기 없이 문을 열거나 급한 대로 접촉식 체크기를 사용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개학 연기 기간은 총 5주로 늘어나며 ‘학업 공백’을 막기 위해 결국 학원을 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전국학원총연합회에 따르면 이 단체는 전날 중국산 비접촉 발열 체크기 3,000대를 주문했다. 대당 약 15만원인 이 기계는 이마에서 열을 재는 방식으로 다음주께 서울과 인천 학원들에 배포된다.
학원연합회가 발열 체크기 대량 주문에 나선 것은 회원사들이 시중에서 물건을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학원들은 정부에 체크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개인사업장인 학원에까지 물리적 지원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적외선으로 체열을 재는 비접촉 체크기의 경우 7만원대에 판매되던 물건들은 자취를 감췄고 현재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기계는 대부분 수십만원의 고가다. 해외에서 입고되는 10만~20만원짜리 체크기의 경우 하루 100개 한정처럼 소량으로 판매되는데다 매진 시 또 일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교육청들이 학원들에 체크기와 손 소독제를 구비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각 학원들이 체크기를 구매하기는 했지만 일부는 시중에 물량이 없어 구하지 못한 곳들이 있다”면서 “하루 수십 차례 쓰다 보니 금방 기계가 고장이 나 버렸다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영세학원들은 수십만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접촉식 체크기를 사용하고 있다. 귀 안에 기계를 넣어 체온을 대는 방식인데 최근 서울시는 이 방식을 쓰는 체온계를 각 자치구에 보냈다가 감염 우려 때문에 현장에서 쓸 수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접촉 체크기를 쓴다는 한 학원 운영자는 “병원에서도 접촉 체온계를 쓰지 않느냐”며 “체온계를 알코올 솜으로 닦아 사용하면 문제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학원들이 원생 발열 확인 및 소독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대거 학원들로 몰리고 있어 집단 감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학원·교습소 휴원율은 지난 16일 23.8%, 17일 25.3%를 기록해 13일(42.1%) 대비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현장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국적으로 학원 수가 8만개가 넘어 집단 감염 예방에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휴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합회는 지원 등을 매개로 한 일괄 휴원이 아니고서는 무작정 개원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간극이 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