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서울 가구의 약 30%에 해당하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재난기본소득을 일괄 지급한다. 제도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금복지’를 통한 생색내기용 정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서울시는 오는 30일부터 서울에 거주하는 중위소득 100% 이하 117만7,000여가구에 30만~50만원의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원금액은 1~2인 가구 30만원, 3~4인 가구 40만원, 5인 이상 가구 50만원이다.
서울시 전체 384만여가구 중 중위소득 100% 이하는 191만5,000여가구로, 이 중 기존 정부지원을 받는 경제적 취약계층 73만8,000여가구를 제외한 117만7,000여가구가 지급 대상이다. 제외 대상은 저소득층 중 한시 생활지원 대상자, 특별돌봄쿠폰 지원 대상자, 실업급여·긴급복지·청년수당 수급자 등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까지 위기에 몰리는 상황을 타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가구원 수 기준으로는 1인 가구의 32%, 2인 가구의 25.5%, 3인 가구의 21%가 지급 대상이 된다. 4인 가구는 전체의 16.6%가 혜택을 볼 수 있다. 중위소득은 가구원 수에 따라 다르게 분포하며 올해 월 가구소득 기준으로는 1인 가구 175만7,194원, 2인 가구 299만1,980원, 3인 가구 387만577원, 4인 가구 474만9,174원이다.
서울시는 30일부터 시내 주민센터 425곳에서 신청을 받아 3~4일 내에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원활한 신청과 빠른 지급을 위해 재산 기준은 우선 제외하고 소득 기준만 확인한다. 지원인력 850명을 투입해 늦어도 4일 이내에 지급할 계획이다. 재난긴급소득은 지역사랑상품권 또는 선불카드 형태로 수령할 수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사태로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처하고 있어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지원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근로자,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 근로자 등이 혜택을 볼 수 있기에 코로나19로 흔들리는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번 재난긴급생활비에 기존 재난관리기금을 비롯해 서울시 재원을 총동원해 3,271억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는 지원 대상인 117만7,000가구 중 80%가 신청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예산이다. 목표치보다 예산이 더 필요하면 정부 추경을 통해 추가로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나서면서 다른 지자체의 동참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전주시가 취약계층 5만여명에게 1인당 52만7,000원의 재난기본소득 지원에 나섰고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날 “생계가 끊긴 제주도민에게 선별적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4월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재원 확보가 불확실해 결국 국민들이 세금을 부담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서 정부에 전국 단위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건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서울시 차원에서 먼저 결단에 나섰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만큼 ‘생계절벽’에 놓인 서울시민을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도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