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손의 작은 나눔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친 요즘 따뜻한 미소를 전하고 있다.
울산시 북구에 따르면 지난 18일 북구 농소3동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삐뚤삐뚤 손편지와 함께 바구니 하나가 내걸렸다. 바구니에는 작은 손소독제 24개가 들어 있었다.
13층에 사는 희연이라고 밝힌 아이는 “우리 가족의 사랑이 담긴 손소독제 가져가세요”라며 들어간 재료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아이는 “다음에는 용돈을 모아서 많이 만들게요. 24개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라고 해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했다. 손편지에는 주민의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칸도 마련했다.
손소독제를 비치한 사람은 정희연·희진 자매 가족으로, 손소독제는 이날 오전 모두 소진됐다.
주민들은 희연 양이 쓴 손편지 아래에 ‘고마워요. 13층의 천사님’, ‘감사해요. 건강 잘 챙기세요’, ‘예쁜 마음♥ 고마워요’ 등의 짧은 메시지를 적기도 했고, 접착 메모지에 장문의 답장을 남기기도 했다.
17층에 산다는 한 여성은 “4월에 결혼하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미뤄져 힘들었는데 희연이 덕분에 많은 힘이 됐다”며 코로나 조심하라는 편지를 붙였다.
손소독제 바구니는 사탕과 초콜릿, 음료수 등으로 채워졌다.
희연 양의 엄마 진은종 씨는 “코로나19로 아파트 주민 간 만나는 일이 줄어들고 소통도 없어졌다”며 “이런 시기를 함께 이겨내고 싶어 아이와 손소독제를 만들어 나눠주게 됐다”고 말했다.
진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자칫 이웃 간 멀어질 수 있는 상황인데 작은 나눔이 소통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며 “이웃들의 따뜻한 한 줄 답장에 아이와 나도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