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환율 공포'에 시총 1,000조 붕괴...종목 90%가 신저가

[코스피 -8.4%·코스닥 -11.7%]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 동시에

코스피·코스닥 올해 두번째 발동

'달러 확보' 외인 매도에 매수 실종

"해법찾기 어려워...당분간 패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국내 증시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달러 확보에 나서면서 환율을 급등시켰고 치솟는 환율에 국내 투자자들이 손을 놓자 증시는 올해 두 번째로 시장 안정화 장치인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한날 발동됐다. 투자자들이 비명을 지르는 동안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000조원이 무너졌으며 90%가 넘는 종목들이 신저가를 기록할 정도로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982조1,697억원으로 전거래일보다 89조6,000억여원이 줄었다. 코스피 시총이 1,00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1년 10월 이후 9년여 만이다. 코스닥 시장 시총도 20조7,000억원이 사라져 이날 하루에만 110조원이 허공에 사라졌다.

지수도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8.39%(133.56포인트) 내린 1,457.64포인트로 장을 마감했고 코스닥 시장은 11.71%(56.79포인트) 급락했다. 장중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동시에 8% 넘게 폭락하면서 또 두 시장의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에 앞서 코스닥 시장에서는 선물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뒤이어 매도 사이드카가 발효됐다.


두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한날 발동됐음에도 시장의 공포는 가시지 않았다.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되는 910개 종목 가운데 754개 종목이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1,373개 종목 중 1,032개 종목이 신저가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었던 대형 우량주 중에서도 10% 이상 하락하는 종목들이 속출했으며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종목들도 수두룩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투자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켰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금세 하락세로 바뀌었다. 특히 오전 한때 환율이 달러당 1,290원선을 돌파한 뒤에는 낙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존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위험관리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펀드나 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외국인들의 매도가 상당기간 큰 규모로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당국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아서 낙폭을 더 키운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이 급등하고 있을 때 외환이나 정책 당국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정도의 ‘립서비스’가 있었어야 한다”며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 조처를 할 수 있다는 표시라도 해야 투자자들이 사려는 마음 정도라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 매도세는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평소와 비슷하거나 적었다. 외국인들은 6,179억원어치를 팔았는데 이는 최근 5거래일 평균 순매도액(8,5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외국인 이외의 국내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하면서 아예 주식 매수세가 줄었으며 이는 결국 낙폭을 더욱 키운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상황을 벗어날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시작된 기업 파산에 대한 두려움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공포 모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시장 참여자들도 현재 코스피지수의 레벨이 과도하게 낮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쉽사리 매수 포지션으로 돌아설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센터장은 “코로나 관련 불안감이 남아 있고 외국인 자금이 빠지는 상황에서 바닥을 형성하기는 어렵다”며 “지금은 실질적 경기 충격을 최소화하고 시장에서는 위험관리를 해주면서 버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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