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통화스와프도 못 막은 '달러 러시'…"실물경제 쇼크로 쏠림 가속"

[코로나19 경제위기]

공급 붕괴·금융불안 겹쳐 한계

덴마크는 환율 방어용 금리 인상

"코로나發 기업들 12조弗 손실"

부실대출 1.2조弗 또 다른 뇌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언론 브리핑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이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한국 등 9개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을 확대했지만 달러 러시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언론 브리핑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이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한국 등 9개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을 확대했지만 달러 러시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2115A04 레버리지론수정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국을 포함해 9개국과 통화스와프를 전격 확대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러시(달러 매입)’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금융위기만이 아닌 실물경제 쇼크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화스와프가 달러화 쏠림 현상을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1.5% 오른 102.75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최근 열흘 새 8%가량 뛰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와 엔·파운드 등 선진 주요6개국 통화를 기준으로 미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20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체결한 한미 통화스와프의 영향으로 39원20전 내린 1,246원50전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시 달러 자금이 계속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연준은 미국 내에서는 양적완화(QE)와 금리 인하, 대외적으로는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를 공급해 위기를 이겨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이어 수요 쇼크, 여기에 금융 불안이 겹쳐 있어 돈 풀기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하다. 마크 챈들러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는 “통화스와프와 금리 인하가 시장을 진정시키는지 1주 정도 기다려봐야 한다”면서도 “현재 시장은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19일 덴마크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0.75%에서 -0.60%로 0.15%포인트 인상한 것도 달러 강세를 막기 위해서다. 미국 연준이 제로금리를 채택했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0.5%포인트 이상의 ‘빅컷’을 단행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간 것이다. 시차가 있지만 이날 연준이 덴마크를 포함해 9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달러화의 급격한 상승은 모든 다른 통화를 휘청거리게 했다”며 “그 결과 덴마크는 금리를 인상해 자국 통화를 떠받치게 됐고 러시아와 브라질은 직접 시장에 개입했다”고 전했다. 덴마크 크로네화는 유로화에 연동(페그제)돼 있다.

연준의 통화스와프 체결에도 이미 경기침체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쏟아지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마뉴엘 올리베리 크레디아그리콜 통화 전략가는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조치를 늘리지만 달러 희소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그 결과 달러는 계속해서 전반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통화”라고 분석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타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이날 “코로나19로 전 세계 기업이 12조달러(약 1경5,360조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만큼 기업 수익이 급감하고 유동성 위기가 온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기등급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한 레버리지론 규모만도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업들의 매출 감소가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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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모든 기관과 기업들이 달러화 확보에 나서면서 은행에서도 달러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이 단기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는 비용을 나타내는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단기거래 금리)와 초단기대출금리(OIS) 간 격차는 18일 기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포인트를 넘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가 이미 침체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의 2·4분기 경제성장률이 연 환산 기준 -12%, 올해 전체로는 -0.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세계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5%에서 1.3%로 내렸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달러화 매입세가 계속되면 ‘달러화 강세→신흥국 자본유출→신흥국 경제위기→선진국 전염’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강달러가 계속되면 주요7개국(G7)이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신흥국의 달러 표시 채무만도 3조7,800억달러로 외환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이 단독으로라도 시장개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 해도 줄곧 제로금리와 마이너스 금리를 종용하며 약달러를 선호해왔다. 가장 최근의 개입은 2011년 일본 동일본 대지진이었고, 지금까지 가장 강력했던 것은 1985년 플라자합의다. 토머스 플러리 UBS글로벌자산운용 수석투자실장은 “달러화 강세는 미국 정부가 개입을 검토할 가능성을 높인다”며 “과거 위기 때 외환시장 개입은 주식시장을 진정시키고 신용문제도 진정시켰다”고 평가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백주연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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