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올 1·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홍 경제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에 따른 국내외 소비, 투자, 수출 파급 영향을 따져보면 마이너스 성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경제회복 시나리오에 대해 “올해는 어렵고 내년에 회복세를 가져갈 것이라는 2년에 걸친 ‘V자’로 판단된다”며 “불확실성이 걷히는 속도와 확장정책 공조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2%에서 0.8%로 하향 조정했고 JP모건은 2.3%에서 0.8%로 낮췄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소비가 침체되고 해외수출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피치는 “한국 경제가 상반기에 기술적 침체에 진입한 뒤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라며 1·4분기와 2·4분기에 각각 전 분기 대비 -0.6%, -0.9%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3·4분기와 4·4분기에는 0.9%, 0.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아직 2.4% 성장률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는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6월·12월 등 연간 두 차례 외에 성장률 전망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홍 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영향에 대해 계량적인 수치를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7월 정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공식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들에게 일괄적으로 나눠주는 것은 형평성 문제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정부가 재난기본소득의 범위와 도입 여부 등을 계속 검토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최근 정치권과 지자체의 요구에 대해 난색을 표해온 홍 부총리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는 힘들더라도 선별 지원은 가능하다는 식으로 일보 진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7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에 이미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의 생계보조 차원에서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사업이 반영됐다”며 “지금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에는 재정당국의 입장에서 의견을 같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업종에 대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정부가 지난주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긴급 자금지원 조치를 시행했는데 대한항공처럼 큰 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들 주력산업의 유동성 확보 지원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비롯해 은행 등 금융권에 애로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19일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00억달러 규모로 체결한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코스피·환율 등 외환시장의 안정성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면서도 “코로나19로 과도한 불안과 불확실성에 따른 외환 수급의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이러한 변동성을 ‘커버’할 대책도 검토 중이며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나윤석·황정원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