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중심의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이 무너졌습니다. 앞으로 산업의 스마트화를 가속화하고 비용이 들더라도 다극화된 밸류체인을 구축해야 합니다.”
김원준(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2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코로나19 이후 변화’ 토론회에 앞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코로나19는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서울대에서 석·박사를 한 뒤 미국 뉴욕대 겸임조교수를 거쳐 지난 2005년 KAIST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우선 미중 무역전쟁이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 등 각국이 경쟁과 분열로 가는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터지면서 국제사회가 기로에 섰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오는 5~8월 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9~10월이나 12월 이후까지 지속한다면 협력의 동기나 자원이 떨어지면서 분열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지금 국제사회가 얼마나 공조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공격하고 중국도 자국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고 발뺌하면서 주요2개국(G2) 간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국제 리더십을 발휘하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전망에 대해서는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면 거품으로 인한 경제 왜곡이 있을 것이고 길어지면 한계기업들이 정리되며 기초와 혁신성이 강한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산업의 스마트화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밸류체인의 중심인 중국 의존도를 줄여 생산 네트워크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시작된 중국의 사드 사태 보복이나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의 경제 도발은 물론 코로나19 같은 국제 재난사태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췄던 경영 패러다임도 다소 비효율적이더라도 위험 분산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인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취약성을 거론한 뒤 “앞으로는 정부와 기업이 위기관리를 조직운영의 주요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등 스마트근무, 온라인 교육, 원격의료, 무인자동차 등 혁신의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김 원장은 “코로나19는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 공조체제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며 “앞으로 혁신을 적극 수용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는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개혁을 통한 노동시장의 질을 높이고 경제·산업·교육·과학기술 등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