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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인생의 특별한 관문]美 '소수 엘리트 주의' 교육의 민낯

■폴 터프 지음, 글항아리 펴냄




키키 길버트는 부모님이 모두 대학 문턱도 밟지 못했지만, 본인은 좁은 관문을 뚫고 미국 명문 프린스턴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길버트는 학교에서 인문 세미나를 들은 후 비참한 심경에 빠진다. 프린스턴대는 아이비리그 중에서도 부유층 출신이 72%로 가장 많은 축에 속하는 학교다. 세미나에 참석한 다른 학생들은 길버트가 가난한 집안 출신임을 꿰뚫어봤고, 그의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오로지 텍스트에만 집중하며 긴장한 길버트와 달리, 이들은 활기차고 큰 목소리로 토론회에 참여하면서 한껏 여유를 드러냈다.

상승 지향적 삶에서 사다리를 오를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좋은 대학에 입학해 엘리트 대열에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신간 ‘인생의 특별한 관문’은 명문대에 어렵게 들어와도 가난한 이들은 사회적·정서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미국의 대학 교육 제도를 깊고 넓게 분석했다. 소수 엘리트 위주로 돌아가는 입시 제도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했다.


저자인 폴 터프는 ‘뉴욕타임스(NYT) 매거진’‘뉴요커’ 등 언론매체에서 활동해온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교육 불평등 주제에 오랫동안 천착해 왔다. 그의 책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뚝심, 호기심, 자제력 그리고 숨겨진 성격의 힘’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바 잇다.



빈곤층과 상류층 고등학생, 대학생, 입학사정관 등을 직접 만난 저자가 마주한 미국의 교육 현실은 ‘불공정’ 그 자체였다. 현재 미국에서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학부생 70% 가까이가 부유층 자녀들이고 저소득층 자녀는 4%에 그친다. 사람들은 대학들이 소수집단 우대 정책으로 학업 성적이 좋은 빈곤층 학생들을 많이 선발한다고 믿어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엘리트’ 대학이 이름값을 유지하려면 단순히 공부 잘하는 학생만이 아닌, 돈 많은 학생을 많이 뽑아야 했다.

책 말미에는 짧게나마 대안이 제시됐다. “다시 교육을 되돌리고 싶다면 ‘공교육을 활성화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원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미국 대입 제도를 모방하는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학자이자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인 이정우는 추천 글에서 “입학사정관 제도를 미국에서 이식해왔는데, 불과 몇 년 만에 머리 좋은 한국인들은 귤을 탱자로 만들어버렸고, 미국을 능가하는 더 나쁜 제도로 만들어버렸다”며 “이 책을 읽고 우리도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1만9,800원.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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