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 기준을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토대로 ‘소득 하위 70%’를 적용하되 고가 주택이나 건물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는 과세자료를 활용해 ‘핀셋’으로 골라내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는 대상은 전체 가구의 70%인 1,400만가구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 긴급재난지원금 태스크포스(TF)는 지급 대상 소득 기준을 선정할 때 건보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로 했다. 건보료의 경우 지난달 납부액 지표까지 확인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입해있어 신속하게 마련이 가능하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이 기반이 되며 자영업자 등의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함께 주택과 자동차 가액 등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반영한다.
다만 건보료만으로 70%를 결정하면 종합적인 재산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맞벌이를 하면서 전세 사는 가구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반면 고액의 상가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소득이 많지 않은 사람이 해당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자체에 주면 지침으로 활용하게 된다”며 “소득과 재산 포착이 완벽할 수 없어 보완적으로 하므로 집행이 굉장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가 부동산을 보유하는 경우 컷오프 시키는 예외규정을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 당초 건보료 통계 기반에 재산세 납부 실적을 더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시일이 걸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은 행정안전부의 재산세 과세 통계 또는 국세청 과세자료 활용이다. 가장 유력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재산세다. 정부가 건보료를 기준으로 소득 구간을 정한 뒤 일률적으로 상위 10~20%의 재산세를 납부하는 사람(가구)을 제외하는 식이다. 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개인이 지자체에 신청하는 방식이어서 재산세를 관리하는 개별 지자체별로 가려낼 수도 있다. 대표적인 부유세로 꼽히는 종합부동산세(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에 적용) 대상자 중 일부를 가려내는 방법도 가능하지만 종부세는 상가를 갖고 있을 때는 해당되지 않는 맹점이 있다. 아울러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재산까지 컷오프에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자료 구축에 시일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가 컷오프 ‘기준선’을 어떻게 잡든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액 자산가들을 배제하면 당초 계획했던 1,400만 가구보다 대상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 경우 ‘소득 하위 70%’ 기준을 완화해 빠진 수만큼 채우지 않기로 해 1,400만 가구에 못 미치게 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득 하위 70%까지 대상을 정했다면, 굳이 그 안에서 대상을 추가로 선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어떻게 정하더라도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게 차라리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연소득 7만5,000달러 이하면 재산 관계없이 지원금을 지급한다. 한편 정부는 단시간 내 소득이 급감했음에도 반영이 안돼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 이의신청을 통해 구제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다. /세종=한재영·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