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0%대 금리와 아파트 가격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5%포인트 인하한 0.7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0%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역 경제가 침체하고 한국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더 나아가 글로벌 경제까지 위축되면서 시장 불안감과 소비위축을 살리는 데 금리 인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예측 또한 나오고 있다. 반면 그간 강보합세를 유지해오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최근 최고가 대비 4억~5억원 떨어진 물건들이 매매됐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정책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아파트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례로 서초구 반포동 B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2월 2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26억8,000만원에 손바뀜됐던 것과 비교하면 5억원 넘게 떨어진 것이다. 또한 송파구 잠실동 L 아파트 전용면적 84㎡도 지난 1월 21억5,000만원에 2건(10층과 21층)의 거래가 이뤄졌으나 약 2달이 지난 지금 5억5,000만원이 하락한 16억원에 거래됐다. 이렇게 강남권의 초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당장 코로나19 감염증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초고가 아파트(15억원 이상)에 대한 대출금지와 보유세 인상,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 영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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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는 분명 부동산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는 단기적으로 이자 부담 경감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키기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와 급격한 시장 위축을 방어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위축되고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구매수요는 대체로 대기수요로 남는다.

따라서 규제 강도가 강하거나 단기간 가격이 급등, 대기수요가 적거나 과잉공급된 지역 등을 중심으로 가격조정과 함께 시장의 하방압력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서울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이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급매 거래를 본격적인 하락 조짐으로 보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거래가 몇 건 더 이어진다면 금리 인하와 관계없이 일제히 가격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다면 단기적 하락보다는 중장기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따라 사람들 사이에 대면을 기피해 지역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정부 또한 대출 규제와 함께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부동산 시장을 지속적으로 규제하는 상황이다. 이에 거래 위축과 함께 가격 하락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급격한 부동산 가격 하락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내지 장기적 하향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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