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034220)는 지난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손상 처리했다. 플라스틱소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사업이 더 이상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재무제표상 손실로 처리한 것이다. 롯데쇼핑(023530)도 1조3,000억원이 넘는 자산을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보고 재무제표에서 손실 처리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실적 악화, 리스한 점포 등의 회계상 기준 변화 등이 이유였다. 비단 LG디스플레이나 롯데쇼핑에 국한하지 않는다. 신외감법·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손상차손의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제 상황이 악화했거나 기업들의 사업재편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1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을 보유 중인 197개 상장사의 지난해 자산(유·무형자산, 투자주식)의 손상차손 규모가 13조321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신평이 기업의 자산 손상을 집계한 지난 2015년 이후 최대 금액이다.
자산 손상차손은 시장가치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유·무형자산의 미래가치가 장부 가격보다 급격하게 떨어지면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손상차손 규모는 2015년 5조5,243억원이던 것이 △2016년 7조3,140억원 △2017년 8조4,422억원 △2018년 7조9,519억원으로 증가 추세였지만 지난해처럼 급증하지는 않았다. LG디스플레이와 롯데쇼핑뿐 아니라 OCI(010060)·LG상사(001120) 등이 지난해 자산을 손상 처리한 대표적 기업이다. 두 회사는 폴리실리콘 관련 유형자산과 석탄·원유 채굴 관련 종속기업투자 손상 처리로 각 7,638억원과 2,714억원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자산 손상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이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 회계법인 회계사는 “기업이 감사인을 6년간 자율적으로 선정한 뒤 향후 3년은 감사인을 지정받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회사의 자산을 깐깐히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과거에는 주로 연간 감사보고서에 (손상차손이) 반영됐지만 분기보고서에 반영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실물 경기가 위축되면서 자산의 가치를 보수적으로 재평가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사들도 기업들의 자산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한신평은 수시평가를 통해 LG디스플레이와 OCI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으며 “핵심자산의 영업부진이 지속되는 기업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신평은 “과거 자산 손상이 기업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자산 손상 증가 추세 등으로) 당사는 신용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