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가전 회사인 LG전자(066570)와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올린 매출 가운데 가전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파고에 앞서 국내 가전 업체들의 신(新)가전 전략과 프리미엄 마케팅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 H&A사업본부는 지난해 21조5,15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초로 ‘연간 매출 20조원’을 기록했다. 이익도 만족스럽다. 영업이익은 1조9,962억원, 영업이익률은 9.3%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H&A사업본부가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5%로 최근 3년새 가장 높았고 LG전자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81.9%가 H&A사업본부에서 나왔다. 2018년의 57.2%와 2017년의 58.7%와 비교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LG전자가 영업이익 측면에서 드라마틱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대표 제품인 에어컨과 냉장고에서 생산효율을 극대화 한 전략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LG전자 에어컨 생산량은 지난해 1024만5,000대, 냉장고는 9,619만대를 기록해 최근 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특히 구형 정속형 에어컨 생산을 대부분 없애며 생산설비 운용 효율화를 꾀한 LG전자가 프리미엄 인버터 에어컨 등을 중심으로 신제품 효과를 더한 것도 기록적인 영업이익에 힘을 더한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자사 가전 제품 매출이 고루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시장을 주도하는 LG 휘센 씽큐 에어컨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며 “작년에는 특히 고속성장하는 시장인 무선청소기와 스타일러 분야에서 LG코드제로 A9과 트롬스타일러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며 전사 매출에서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는데 성공했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지난해 99조5,925억원으로 전사 매출인 230조4,009억원의 18.8%를 차지했다. 또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5.5% 줄어들었지만 CE부문은 6.3% 증가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지난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비스포크 냉장고와 그랑데 건조기 등 신제품 라인업이 프리미엄 가전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 주요거래선들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시장 트렌드를 신속하게 반영하고 고객 다양성을 고려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업계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여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전략이 유효할지 주목된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에어컨·냉장고 등 H&A는 필수재 성향이 높은 제품으로 경기변동에 민감하지 않아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코로나 19 등 외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