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08년 스페인독감을 앓고도 살아남은 10세 아이가 102년 후 세계 최고령 남성의 자리에 올랐다.
기네스북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햄프셔 알턴에 사는 112세의 밥 웨이튼씨를 새로운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공식 확인하고 인정서를 수여했다고 밝혔다. 기존 최고령 남성은 112세 355일을 기록한 일본의 와타나베 지테쓰씨였지만 올해 2월23일 세상을 떠나면서 웨이튼씨가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1908년 3월29일 태어난 그는 10세 때인 1918년 전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스페인독감을 앓았지만 이를 이겨냈다. 결혼 후에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했고 1945년 이후에야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3명의 자식을 낳은 그는 현재 10명의 손자와 25명의 증손자를 두고 있다.
웨이튼씨는 기네스북에서 인정서를 받은 후 “나는 우연히 오래 사는 평범한 사람”이라며 “이렇게 오래 살면서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영국을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생일파티를 포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스페인독감 당시 수술을 받는 등 큰 위기를 겪었지만 자가격리를 시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좀 답답하기는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기네스북은 원래 인정서를 직접 전달하는 게 관례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다른 방식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