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왔다. 올해 맞은 4월은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 수도 있다. 봄꽃이 핀 학교에 갈 수 있는 날을 한 달 넘게 기다리는 아이들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까지 하루하루가 힘겹다.
가장 무서운 건 먹고사는 문제다. 손님이 없어 문 닫는 식당이 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큰 기업도 일감 부족으로 무급휴직이나 희망퇴직을 받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파장은 이제 통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2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3.8% 감소해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뜻하는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번 경제적 충격의 강도가 얼마나 크며 언제 끝날 수 있는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코로나19로 1929년 세계 대공황 때보다 더 큰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는 더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감염병의 영향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공급 전쟁, 미국과 이란의 대립, 북한 도발 등이 세계 경제에 큰 짐이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끝없이 추락하는 ‘I’자형 경제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통화정책의 책임을 맡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세계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V’자형 경기회복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업의 재무상태와 은행의 건전성이 괜찮아 보건당국이 질병만 잘 통제하면 경제는 살아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질병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에서 사망자가 8만∼20만명 발생한다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고 이탈리아·스페인·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의 확산세도 멈출 줄 모른다.
경제활동을 멈추다시피 한 이동제한으로 미국의 2·4분기 성장률은 거의 틀림없이 -20% 아래로 떨어지며 유럽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가 이미 경기침체에 들어섰고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빨라도 올해 안에 경제가 정상화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총재가 몇 가지를 전제로 내년에는 회복된다고 하니 V자는 아니더라도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가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필연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8%로 예측했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코앞에 있는 총선에만 초점을 맞춘 경제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금 살포보다 고용보험 등을 통한 실업보조를 확충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일용직 등을 복지제도의 틀 안에 정착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기업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위기 초기에는 한국은행과 금융기관을 통해 최대한 자금을 지원해 현금 부족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항공·여행 등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가적 통제정책으로 부도 위험에 처한 산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태가 진정돼가는 국면에는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상태에 따라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금융 및 사법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