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먹는 식재료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당초 코로나19로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축산물·가공식품 등 이른바 집밥 물가 상승으로 3개월 연속 1%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4(2015=100)로 전년 동기보다 1.0% 올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1%를 밑돌았던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1월(1.5%) 반등한 뒤 2월(1.1%)과 3월에도 1%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코로나19가 물가 상승과 하락 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 사태로 감염 예방을 위한 소비패턴 변화, 정부 경기진작 정책, 국제유가 하락이 물가에 영향을 줬다”며 “코로나19가 물가 상승과 하락에 복합적으로 작용해 3월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코로나19로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채소류(16.5%), 축산물(6.7%), 수산물(7.3%) 등 밥상 물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배추(96.9%), 달걀(20.3%), 고등어(15.8%), 돼지고기(9.9%), 쇠고기(5.0%) 가격이 전년보다 크게 상승했다. 햄·베이컨(4.6%), 소시지(5.7%) 등 상승 영향으로 가공식품 물가도 1.7% 올랐다. 다만 가공식품 사재기 현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물가 조사 과정에서 품절일 때 표시하는 ‘미출회’가 거의 없었는데, 이는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해외단체여행비(-6.6%), 생선회 외식(-1.6%) 등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보다 가격이 떨어졌다. 단체여행비 등이 포함된 오락 및 문화 물가는 전년보다 1.3% 하락하면서 2006년 9월(-3.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호텔숙박비(-5.2%), 콘도이용료(-3.1%)도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아직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전이지만, 3~4주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경우 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떨어지는 동시에 환율 상승으로 수입 가격이 올라가는 효과가 양쪽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아무래도 코로나19로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하방 압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