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긴축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위기 때는 재정 건전성을 따질 수가 없다며 적극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고프 교수는 2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정부가 2조2,00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전쟁 상황”이라며 “다른 측면(재정 건전성)을 쳐다볼 수 없다. 우리는 이것(경기부양)을 해야만 한다”고 답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로고프 교수는 국제금융 분야의 석학으로 과도한 부채를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 2009년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펴낸 책 ‘이번엔 다르다’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폈다. 같은 맥락에서 재정적자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정부부채에 누구보다 비판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재정과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로고프 교수는 “우리는 완전히 옳은 길을 가고 있다”며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지금의 대응방식을 두둔했다. 이어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독일과 영국은 상황이 좋지만 이탈리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제가 되는 부채는 줄일 수 있는 길이 다양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도한 부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며 “우리는 이것을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지출 축소를 비롯해 여러 대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경기침체는 1970년대의 오일쇼크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고프 교수는 “과거의 사례를 찾자면 공급 문제였던 오일쇼크와 수요 충격이 있었던 금융위기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상황은 중국발 공급망 붕괴에 이어 사회적 거리 두기와 셧다운(영업정지)으로 인한 수요 쇼크가 겹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다만 그는 “더 정확히는 1930년대의 대공황 수준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당시의 정확한 자료가 없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가 빠른 속도로 경기침체에 빠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