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로 사용되는 ‘이버멕틴(Ivermectin)’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관련 효과를 분명하게 입증해줄 충분한 실험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결과를 과신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4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의 모나시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버멕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효과 실험을 주도한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는 “단 한번 투여했는데도 24시간 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리보핵산(RNA)이 현저히 줄었으며 48시간 이내에는 RNA가 완전히 소멸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원리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이버멕틴이 숙주세포의 방어력이 약해지지 않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버멕틴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아 세계 각국에서 널리 쓰이는 구충제로 에이즈·뎅기열·지카바이러스 등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이라는 실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버멕틴 주사를 맞은 사람의 피가 모기에 치명적으로 작용해 말라리아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연구소는 코로나19 환자에게 이버멕틴을 투여하기에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왜그스태프 박사는 “코로나19 환자에게 적정한 복용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더 실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로이터통신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더 많은 실험이 진행돼야 한다며 보건당국도 이 구충제를 스스로 복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제약사 머크사가 개발한 이버멕틴은 현재 국내에서는 허가돼 있지 않고 수출용으로 한 개 품목만 허가된 상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버멕틴과 관련해 “약제에 대한 연구 단계의 제언이지 임상에 검증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유효성이 아직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