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프리미엄 가전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지며 시장 전망을 웃도는 호실적을 선보였다. 그러나 올 2·4분기에는 코로나19 피해가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데다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 등을 고려하면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LG전자는 7일 올 1·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잠정 매출액 14조7,287억원, 영업이익 1조904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의 14조9,151억원에 비해 1.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9,006억원에서 21.1%나 뛰어올랐다. LG전자가 1·4분기 다소 줄어든 매출에도 영업이익을 눈에 띄게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덕분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LG전자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생활가전(H&A)과 TV(HE)사업본부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적극 활용해 ‘집콕 소비자’들의 환심을 산 것이 성공적이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개인위생을 챙기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건조기와 스타일러·무선청소기·공기청정기 등 H&A 사업본부에서 최근 수년간 꾸준히 선보인 신제품 매출이 크게 증가하며 그 외 제품군의 부진을 상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주로 오프라인에서 열렸던 대규모 신제품 설명회 등 주요 행사가 축소되거나 없어지면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HE사업본부도 당초 올여름 치러질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미뤄지며 ‘특수 실종’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선방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중국 TV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멈추면서 LCD TV 제품군의 수익성이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염병 예방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프리미엄 제품인 OLED TV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도 이번 실적에 주효했다.
반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1·4분기 2,5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며 20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 규모는 전년 동기(2,035억원)보다 다소 늘어났지만 직전 분기(3,322억원)에 비해서는 대폭 줄어든 수치다. 특히 매출을 견인할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에서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미뤄지면서 실적에도 타격이 컸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주 지역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위축이 본격화될 2·4분기에는 MC본부의 적자폭이 3,000억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장부품을 맡고 있는 VS사업본부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올 4·4분기께 주요 고객사의 신모델 출시 영향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전업계의 경쟁이 완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어 글로벌 시장 가전 수요 둔화와 매출 감소 부분을 일부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불황에 더욱 힘을 받는 렌털 사업이 LG전자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헬스나 인공지능(AI) 기능이 추가된 신제품이 제품의 평균판매가격을 높여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민·권경원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