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미국의 한 기업이 ‘양방향 워킹 스루 10대를 수입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지난달 30일 시연하고 8일 만이네요. 현재 50여개국과 수출을 논의 중인데, 전 세계에 특허를 낼 겁니다”
이철재(70·사진) 고려기연 대표는 7일 본지와 전화 통화를 마치자마자 다시 연락해 “미국 기업과의 수출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고 들뜬 목소리로 알려줬다.
화학·전자에너지 분야 필수 장비인 글로브 박스(glove box) 국내 1위 업체 고려기연이 ‘양방향 워킹 스루’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려기연의 ‘양방향 워킹 스루’는 밀폐용기에 달린 장갑을 끼고 제품 제작과 실험을 하는 글로브 박스 기술을 응용해 만들었다. 이 대표는 “양방향 워킹 스루에 대한 해외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며 “미래 세대를 키울 의료 사업을 키우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고려기연이 선보인 워킹 스루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피검사자가 부스 밖에서 검사를 받고 부스 안에 있는 검사자는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 고려기연만의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양압·음압 기술이 적용됐다. 양압은 부스 내부 압력을 외부 보다 높여 바이러스 침투를 막고, 음압은 반대로 내부 압력을 외부보다 낮춰 바이러스의 외부 유출을 막는 원리다. 이 대표는 “우리 제품을 쓰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 우려와 검사 과정의 불편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1명에 대한 진단 시간도 15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피검사자가 많을 때는 검사하는 사람이 부스 안에서 일을 보고, 피검사자가 별로 없을 때는 피검사자를 부스 안에 두고 검사를 해도 된다. 그래서 워킹 스루 앞에 ‘양방향’이란 말이 붙었다. 이 대표는 “이 워킹 스루가 나오게 된 데는 부산 남구 보건소 소속 안여현 의무사무관의 현장 아이디어가 큰 도움이 됐다”며 “보건소와 제품을 개발해야 현장에 더 빨리 적용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안 사무관과) 공동개발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지난 1985년 설립된 고려기연은 2017년 ‘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그만큼 ‘수출형’ 기업이다. 이 대표는 “워킹 스루도 글로브 박스처럼 유망한 수출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달 특허청에 특허 출원을 한 것도 ‘안정적으로 수출하려면 기술 보호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통상 7개월이 걸리는 특허 심사를 2개월로 단축할 수 있는 특허 우선심사제를 신청했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특허를 인정받을 수 있는 특허협력조약 국제특허출원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주 특허청장도 신속한 특허 심사를 약속했다고 한다.
현재 고려기연은 워킹 스루를 일주일에 100대가량 생산하고 있다. 수출을 논의 중인 50여개국은 1차 수입 물량으로 평균 20~30대를 제안한 상태다. 이 대표는 “20여 년전 미국에서 탄저균이 묻은 우편물이 발견돼 전 세계가 백색공포를 느꼈을 때부터 글로브 박스를 끊임없이 개선해왔다”며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더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