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유력 잠룡 가운데 한 명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 공동선대위원장이 판사 출신으로 대구 수성구에서 16년간 정치 내공을 쌓은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을 상대로 수성갑에서 오차범위 내 열세를 보이고 있는 데는 ‘정권 심판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에 응한 수성갑 주민 46.6%가 ‘여당과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답변했는데 그 가운데 무려 86.9%가 주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응답한 주민은 30.3%에 그쳤고 해당 답변자의 김 후보 지지율도 68.8%에 머물렀다.
서울경제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이 지난 6일 수성구갑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이번 총선과 관련해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중 어느 주장에 더 공감하느냐”고 물은 결과 여당·정권 심판 46.6%, 야당 심판 30.3% 모름·무응답은 23.1%로 집계됐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정권 심판론에 공감한 응답자의 ‘지지 응집력’이 야당 심판론에 공감의 뜻을 나타낸 답변자보다 훨씬 강했다는 점이다. 정권 심판론을 택한 응답자는 무려 90%에 가까운 86.9%가 주 후보를 지지했지만 야당 심판론을 선택한 답변자는 68.8%만 김 후보를 지지했다. 쉽게 말해 정권과 여당에 대한 불만이 야당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이는 후보 지지 이유를 살펴봐도 잘 나타난다. 주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인 38.1%가 ‘소속 정당’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 후보 지지층은 ‘자질·역량 우수(35.9%)’를 지지 이유로 제일 많이 언급했다.
이 같은 수성갑의 민심에는 전통적으로 강한 대구의 보수세 외에도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처, 또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여당의 ‘대구 봉쇄’ 발언 논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방증하듯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부정(57.1%)’이 ‘긍정(37.7%)’을 압도했다. 앞서 김 후보도 2월 대구 봉쇄 발언으로 “대구 시민 마음에 또 하나의 비수가 꽂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령대별로 민심을 들여다보면 40대 이하의 비교적 젊은 층에서는 김 후보가, 50대 이상의 상대적 고령층에서는 주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김 후보는 △18~29세 41.3% △30대 52.0% △40대 48.7% △50대 37.2% △60대 이상 15.0%, 주 후보는 같은 연령대에서 각각 27.9%, 21.9%, 37.9%, 51.5%, 64.9%의 지지를 받았다.
수성갑 민심의 흐름이 정권·여당 지지자와 야당 지지자, 보수와 진보 진영, 세대별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김 후보(27.0%)라는 응답이 주 후보라는 답변(55.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김 후보 지지층 가운데서도 4명 중 1명(26.1%)이 주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엠브레인의 한 관계자는 “소속 정당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본다”면서 “아무래도 민주당보다는 통합당의 선거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는 게 대구 지역의 정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예전처럼 ‘당선 가능성’ 질문과 답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 게 최근 여론조사 결과 분석 추세”라고 덧붙였다.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피조사자는 2월 현재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통계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할당 후 유선 임의전화걸기(RDD)와 휴대폰 가상번호 활용 방식으로 선정했다. 무선전화는 89.3%, 유선은 10.7% 비율이며 응답률은 29.1%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엠브레인퍼블릭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