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나 포도주, 빵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효모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할 방법이 나왔다. 폐기된 효모는 양이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해 향후 물 분해 수소의 가격을 한층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화학과의 김광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폐기된 효모를 이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할 저렴한 촉매 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김광수 교수팀은 백금이나 이리듐 같은 귀금속 촉매를 대체하면서 산소와 수소 발생에 모두 성능을 높일 촉매의 재료로 ‘폐기된 효모’에 주목했다. 효모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다 쓰고 버려지더라도 탄소(C)나 인(P), 황(S), 질소(N) 같은 물질이 풍부하다. 이러한 물질은 전기 전도도를 높일 수도 있고, 다른 물질을 붙잡을 수 있는 ‘작용기’도 있어 금속 입자를 고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특징은 결과적으로 성능 좋은 촉매를 만들 가능성이 된다.
연구팀은 버려진 효모를 지지체로 삼아 수소 발생과 산소 발생을 촉진하는 두 가지 촉매를 만들었다. 먼저 수소 발생 반응이 일어나는 음극용 촉매로는 효모에 루테늄 금속 나노입자와 루테늄 단원자를 입혔고, 산소 발생 반응이 일어나는 양극용 촉매로는 효모에 자철광(Fe₃O₄)을 입힌 물질을 각각 만든 것이다. 음극 촉매는 여러 전기·화학적 성능과 내구성에서 백금 촉매보다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였고, 양극 촉매도 이리듐 촉매보다 훨씬 뛰어난 산소 발생 성능을 보였다.
특히 두 촉매를 적용한 물의 전기분해 시스템에서는 일반적인 건전지 수준의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태양전지(1.74V 생산)를 이용해 충분한 물 분해 반응(최대 30mA의 전류밀도 기록)을 얻을 수 있었다. 또 이 시스템은 태양전지로 생산한 전기 에너지를 가하지 않고 태양광을 비춰주는 것만으로도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하는 게 가능했다.
김광수 교수는 “버려지는 효모에서 얻은 물질을 지지체로 써서 루테늄이나 철 기반의 물질을 입히면서 그 비율을 최적화해 좋은 성능을 가진 촉매를 얻을 수 있었다”며 “폐기되는 효모는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재료인 데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인데, 이번 연구에서 새로운 활용법을 제시하게 됐다”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연구는 티와리(Tiwari) UNIST 자연과학부 연구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국가과학자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