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4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의 핵심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에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며 회사채 가격이 이틀 새 25%나 급락한 데 이어 홍콩 항공업계도 7조원대의 매출손실을 낸 것으로 평가됐다.
9일 매일경제신문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전날 상하이거래소에서 칭화유니 회사채 ‘19쯔광(紫光)01’이 24.53%나 폭락했다. 상하이거래소 측은 회사채 거래 사상 하루 최대 낙폭이라고 전했다. 19쯔광01의 부진은 9일에도 계속돼 다시 0.62% 하락했다. 이에 따라 7일 100위안이었던 이 회사채 가격은 9일 75위안으로 하락했다.
칭화유니가 발행한 19쯔광01의 원래 신용등급은 ‘AAA’로 만기인 오는 2024년 1월25일의 표면이자율은 5.11%다. 채권 가격 급락은 칭화유니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불거졌다. 중국경영보는 칭화유니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은행 세 곳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칭화유니는 중국의 ‘반도체굴기’를 위해 명문 칭화대가 지분 51%를 투자해 설립한 반도체 설계·제조사다. 당초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위해 설립한 낸드플래시 업체지만 최근 사업을 D램 분야까지 확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수조원대의 자금을 투입해 충칭 양장신구에 D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2021년부터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는데 아직 착공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사업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자금난에 봉착했다는 것이 중국 매체들의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홍콩 항공사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홍콩 항공사들의 올해 매출 손실이 이미 465억홍콩달러(약 7조3,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하루 20만명에 달했던 홍콩 국제공항 이용객은 최근 들어 지난해의 1% 수준인 하루 2,000명 정도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저비용항공사인 홍콩익스프레스는 이달 말까지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홍콩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캐세이퍼시픽도 당초 이달과 다음달에 예정했던 항공편 중 96%를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당국은 20억홍콩달러를 투입해 항공사들로부터 항공권 50만장을 구매하고 보유 비행기 대수에 따라 최대 100만홍콩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SCMP는 “정부 지원이 총 46억홍콩달러에 불과해 고사위기에 처한 회사들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