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원격 수업 첫날 '우려가 현실로'...조회 빠지고 EBS온라인클래스 미가입 학생도

온라인 개학날 서울여고 가보니

아침 조회 불참해 담임이 전화로 확인

일부 학생 개학날까지 온라인클래스 가입 안해

시스템 동시 접속에 교사들 수업 영상 업로드 어려움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3학년 교실에서 이경주 교사가 심리학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형주기자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3학년 교실에서 이경주 교사가 심리학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OO야, 안 들리니? OO 없어요?”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이 사상 첫 온라인 개학 시작을 알린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3학년 5반 교실에서는 아침 8시 10분에 원격 조회가 이뤄졌다. 8시 30분부터 시작되는 1교시 수업을 앞두고 반 학생 23명이 모두 노트북이나 태블릿PC, 스마트폰으로 원격 수업에 참여할 준비가 됐는지 확인했다. 선생님이 화상 회의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출석을 확인한 결과 2명은 사전 고지 없이 조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담임 김우영 교사는 화면에 보이지 않는 학생 2명은 따로 전화해서 출석을 확인하기로 했다. 출석 확인은 6분 만에 끝났다.


이날 줌으로 반 학생들을 처음 만난 김 교사는 일반적인 개학일처럼 공지사항을 전달했지만 내용은 평소와 달랐다. 우선 전체 학생이 한국교육방송(EBS)가 운영하는 학습관리시스템(LMS)인 EBS 온라인클래스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안 한 학생은 가입해 달라”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 운영하는 알림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앱)도 다운로드 해 달라고 전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4월 24일로 연기됐다”면서 “변동이 있으면 다시 공지하겠다”고 안내했다. 마지막으로 “손을 잘 씻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반드시 써 달라”면서 “사람 많은 곳은 가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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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수업을 녹화하고 있다. /성형주기자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수업을 녹화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이날 5반의 1교시는 체육수업이었다. 체육교사인 김 교사가 학생들에게 미리 코로나19와 관련된 문제 20개를 풀어보는 과제를 내줬다. 이날 수업에서는 해당 문제를 풀이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교육부가 원격 수업 형태로 제시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형 수업 △과제 중심형 수업 가운데 콘텐츠 활용형에 해당한다.

3학년 3반에서는 2015 개정교육과정으로 도입된 교양 선택과목인 심리학 수업이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으로 진행됐다. 이 수업에 23명이 전원 출석했고 수업은 줌과 파워포인트만 사용됐다. 가정이 아닌 외부에서 수업을 듣는 일부 학생도 있었다. 그동안 접속 문제 등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날 수업은 비교적 원활하게 이어졌다. 이경주 교사는 EBS 온라인클래스에 수업 소개자료를 미리 읽어보게 한 뒤 이날 학생들을 상대로 심리학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다만 수업 중에 학생들이 영상물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등 문제는 있었다. 심리학을 설명하기 위해 드라마 일부를 보여줬지만 소리가 안 들린다는 일부 학생들이 발생한 것이다. 이 교사는 영상을 다시 틀었지만 영상이 재생되지 않아 결국 이 교사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첫 수업 소감을 묻는 이 교사 질문에 “기대와 걱정이 많았다. 생각보다 재밌었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는 EBS 온라인클래스 접속 문제를 지적했다. EBS가 EBS 온라인클래스에 300만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도록 서버를 증설했지만 여전히 제작물이 게시되지 않고 일부 학생들은 접속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여고 연구부장을 맡으면서 국어를 가르치는 송원석 교사는 이날 아침에 다음주에 쓸 수업 영상을 EBS 온라인클래스에 업로드하려 했지만 2시간 넘게 올라가지 않아 결국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고 전했다. 송 교사가 올리려던 영상 용량은 135메가바이트(MB) 짜리로 EBS온라인클래스에 올릴 수 있는 최대 400MB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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