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지난 5일 이전에 발급된 단기사증의 효력을 잠정 중지한다. 이에 단기사증 발급자 83%를 차지하는 중국민에 대한 입국 허용 여부가 강화되는 효과가 전망된다. 또 우리 국민에 대하여 입국금지 조치한 국가·지역 90곳에 대해 사증면제·무사증입국을 제한한다. 이에 따라 현재 사증면제·무사증입국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은 앞으로 사증을 발급받아야 한국에 입국할 수 있다.
9일 법무부와 외교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단기사증 효력정지’ 및 ‘사증면제협정 및 무사증입국 잠정 정지’ 조치를 오는 13일 0시(현지 출발 시각)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격리를 의무화한 현행 조치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정부는 “시설격리 대상 단기체류외국인 유입이 지속되면서 방역자원 확보에 애로가 제기되고 있으며 비용납부 거부 등 격리조치에 불응하는 외국인으로 인한 행정력 소모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모든 한국 공관(대사관, 총영사관 등)에서 지난 5일까지 발급된 단기체류 목적 단수·복수사증의 효력이 잠정 정지된다. 해당 사증을 소지한 외국인은 공관에 사증을 다시 신청해야 한다. 다만 재신청 시 사증수수료는 면제된다. 다만 국내 기업이 초청한 고급기술자 등 단기취업(C-4) 자격에 해당하는 사증 및 장기사증(취업, 투자 등)은 효력정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조치는 중국·베트남의 입국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발급된 단기사증 235만개 중 중국이 195만개로 83%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국가는 베트남(9만개)이다.
또 사증면제협정 및 무사증입국 허용 국가·지역 중 우리 국민이 입국금지된 국가들에 대해 ‘상호주의’에 따라 사증면제·무사증입국을 중단한다. 현재 우리 국민이 입국금지된 국가·지역은 151곳이며 이중 사증면제협정, 무사증입국 허용 대상은 90개국이다. 이는 사증면제협정 국가 66곳 중 56곳, 무사증입국 허용 국가·지역 47곳 중 34곳에 해당한다. 입국이 제한되는 곳은 사증면제협정 국가는 싱가포르·프랑스·독일 등이 있으며, 무사증입국 허용 국가에는 캐나다·호주·홍콩 등이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들 국가에 해당되지 않는다.
앞으로 이들 국가 국민이 한국에 입국하려면 한국 공관에서 사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다만 외교관·관용 여권 소지자, 입항 항공기·선박의 승무원·선원, ‘APEC 기업인 여행카드’ 소지 기업인은 사증이 면제된다. 법무부는 이번 조치로 인해 현재 사증면제·무사증 입국자의 3분의 1가량이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앞으로 코로나19 증상자의 입국을 막기 위해 강화되는 사증 발급 심사를 받게 된다. 정부는 앞으로 사증을 신청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의료기관이 발급한 진단서를 제출받기로 했다. 진단서는 신청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은 후 발급받은 것이어야 한다. 또 코로나19 관련 증상 유무가 반드시 기재돼야 한다.
정부는 진단서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는 경우 사증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공관에서는 사증 신청 접수 후 건강상태 인터뷰 등 충분한 심사를 거친 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외교·공무·투자·기술제공 등의 목적이거나 우리 국민의 가족 등에 대해선 공관장이 판단해 사증을 신속히 발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