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집단감염 우려에도 남한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 회의를 10일 강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방역시스템이 취약한 북한이 대규모 국가행사를 개최한 것은 코로나 19 방역과 대북제재 등으로 인한 경제난이 심각한 민심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김 위원장 등 지배층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19’ 민심 달래기 나선 김정은
북한은 코로나 19로 인한 민심의 안정을 위해 연일 자국의 확진자가 ‘0명’이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전 세계 지도자들도 코로나 19에 확진된 상황임에도 김 위원장은 공개 석상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과감한 퍼포먼스를 계속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를 코앞에 둔 9일에도 박격포병구분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이례적으로 연설까지 한 것도 북한 내부의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작년 말) 전원회의에서 나라의 보건, 의료부문의 현 실태를 전면적이고도 과학적으로 허심하게 분석평가하고 자기 나라 수도에마저 온전하게 꾸려진 현대적인 의료보건시설이 없는 것을 가슴 아프게 비판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코로나 19 방역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과 인사 및 예산을 집행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인민회의는 매년 4월께 정기회의를 열어 헌법과 법률 개정 등 국가정책의 기본원칙 수립, 주요 국가기구 인사, 예산안 승인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실제 북한은 코로나 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최근 ‘전염병 예방법’을 보완한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총력전을 펴 왔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방역 사업 강화를 위해 최근 수정·보충한 전염병 예방법을 제1장을 중심으로 소개한 바 있다. 신문은 “당의 예방의학적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고 위생방역 사업을 힘있게 추동할 수 있는 튼튼한 법적 담보가 마련됐다”며 개정안 내용을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에 앞서 “4월이 우리로 치면 예산국회인 셈인데 이번 최고인민회에서 코로나 19 대응 및 평양 종합병원 건설 관련 보건분야 예산이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정면돌파전’ 자력갱생 경제 활성화 사활
김 위원장은 올해 초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전에 돌입하자 ‘자력갱생’을 중심으로 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라는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북한 경제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북한이 코로나 19의 방역을 위해 국경봉쇄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음에도 중국과의 교역을 일부 재개했다는 언론보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자국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 일본 언론들은 코로나 19등 경제난으로 북한 내부에서 커지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김 위원장이 국경봉쇄를 일부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30일 1월 말부터 시작된 북중 국경 봉쇄로 북한에서 쌀과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북한 당국이 3월 말부터 중국을 대상으로 해운 분야에서 시행하고 있던 제한 조치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의 경제악화가 심각해지자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올해는 북한이 2016년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대한 결산의 해이기도 하다.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 정부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결산을 위해서 내각과 중앙기관의 사업성과 달성을 독려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와 관련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추진일정이 조정되거나 아니면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새로운 노선에 따라 경제 부분에서 새로운 경제전략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와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도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