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파생결합증권(DLS) 발행량이 급감하고 있다. 주요 유통채널인 은행의 DLS 판매 중단에 금융당국의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DLS 시장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1조원을 웃돌던 공모 DLS 발행액은 지난달 5,460억원로 급감했다. 이달 들어서도 이날까지 공모 DLS 발행액은 690억원에 불과하다. DLS는 금·원유와 같은 원자재와 환율, 금리 등의 실물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이 지수에 따라 이익을 얻는 금융상품이다. 최근 DLS의 발행이 급감한 것은 유통채널이 위축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DLS의 주요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유가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파행결합펀드(DLF)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은행의 DLS 신탁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의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잔액이 40조원에 달하는 특정금전신탁에서 DLS 판매가 제외되며 DLS는 가장 큰 유통채널을 잃었고, 이는 DLS 발행액 감소로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글로벌 확산과 산유국의 감산 합의 실패로 국제 유가가 급락한 것도 타격이 됐다. 서부텍사스유(WTI)의 가격은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 내외에서 22.76달러로, 북해브렌트유(Brent)의 가격은 65달러에서 31.48달러로 떨어졌다. 이에 국내 DLS 상품 중 비중이 높은 원유 연계형 DLS 대부분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녹인 구간에 돌입했다. 기존 투자자들의 손실이 예고된 데다가 급락 이후에도 유가가 하루 5~10% 내외의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DLS는 투자자에게는 매력이 떨어지는 투자처, 증권사에는 설계가 어려운 상품으로 전락했다.
특히 이달부터 금융감독원이 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일괄신고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시작하면서 DLS는 사실상 발행 중단 상태에 놓였다. 금융당국은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의 하나로 파생결합증권을 매매하는 투자매매업자에 대해 최대원금손실 가능금액이 원금의 100분의 20을 초과하는 상장 파생결합증권의 일괄신고를 금지하도록 했다. 기존 일괄신고제도에서는 발행예정증권을 사전에 신고한 뒤 발행금액과 가격 등 모집 조건을 기재한 추가서류를 제출하면 됐지만, 이런 방식이 불가능해지면서 증권사에서는 DLS 신고부터 판매까지 최소 3주 이상 걸리는 상황이 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DLS 중 비중이 큰 원유 DLS는 콘탱고(원월물이 근월물보다 높은 상황)가 강하고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너무 커 이전과 같은 조건에서도 상품을 기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증권신고서 제출하고 상품 발행까지 3주 이상 걸리는 것은 사실상 상품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시장 변동성 심화에 강도 높은 규제가 맞물리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DLS 시장이 사실상 고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규정한 ‘고난도 금융상품’ 관련 발행 및 판매 규제로 발행사는 경쟁심화와 수익악화에 노출됐고, 올해 초 글로벌 금융시장 폭락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DLS 시장은 사면초가 상태”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