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코로나 후폭풍’ 본격화…이달 초 수출 18.6% 급감

반도체·車·석유 실적 악화

빅마켓 對美 對中 수출 줄어

하반기까지 부진 이어질 듯

1415A01 수출 동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본격적으로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반도체·자동차·석유 등 주력 제조업과 기간산업 수출 실적이 속절없이 무너졌고 양대 수출 상대국인 미국·중국에 대한 수출은 동반 감소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 악화 정도가 예상보다 크고 기간도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통관 기준, 잠정치)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6% 급감한 122억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지난 2월(4.3%)과 3월(-0.2%) 수출은 그나마 선방했지만 전 세계의 수요와 공급이 함께 위축되기 시작한 4월 이후 수출실적 악화가 지표로 확인된 것이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하루 평균 수출액도 지난해 17억7,000만달러에서 올해 14억4,000만달러로 18.6% 감소했다. 조업일수는 8.5일로 같았다.


코로나19의 타격은 업종과 수출 대상국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가해졌다. 주력제품인 반도체 수출이 1.5% 줄었고 승용차와 자동차부품은 각각 7.1%와 31.8% 급감했다. 국제유가 하락의 여파로 석유제품 수출은 무려 47.7%나 줄었다. 국가별로는 대(對)중국 수출이 10.2% 줄었고 미국은 3.4% 감소했다. 유럽연합(EU)은 20.1% 급감했고 베트남과 일본도 각각 25.1%와 7% 감소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본격화했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바이러스 전파 상황이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아무리 일러도 올해 말까지는 수출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美·EU 셧다운 파장 반영 안돼...실물타격 이제 시작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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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에 석유류 수출 반토막...반도체마저 1.5%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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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역습이 시작됐다. 자동차·석유·전자제품 등 주요 수출품목이 줄줄이 실적 부진에 빠졌을 뿐 아니라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 대부분이 초토화됐다. 반도체 수출마저 줄어들면서 어느 하나 기댈 곳이 없어졌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의 타격이 예상보다 크게 다가오는 만큼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1·4분기와 2·4분기 GDP는 역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석유제품(-47.7%), 승용차(-7.1%), 자동차부품(-31.8%), 무선통신기기(-23.1%) 등 주요 품목의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석유제품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에 저유가까지 덮치면서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지난해 4월 배럴당 6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제품 계약 단가도 함께 하락한 영향이다. 자동차부품도 미국·유럽 등에서 공장 일시폐쇄(셧다운)가 이뤄지면서 수출에 차질을 빚었다.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현지에 진출한 국내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부품 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언택트) 경제가 활성화되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반도체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소비도 못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요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줄어들면서 반도체 수출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입 실적마저 146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3% 줄었다. 정보통신기기(8.5%), 가스(4.1%) 등은 증가한 반면 원유(-18%), 반도체(-5.4%), 기계류(-11.9%), 석탄(-40.7%) 등은 크게 감소했다. 특히 미국(-22.4%)과 EU(-20.9%) 등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무역적자 규모는 24억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날 발표된 수출지표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체결된 계약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 3월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소비시장이 본격적으로 셧다운 상태에 빠져 계약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을 감안하면 수출 실적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유럽·중국·베트남 등 해외에 있는 국내 기업의 현지 공장이 직원 확진이나 방역 등을 이유로 추가로 가동이 중단되는 변수도 남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이 늘어나면 수요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수출 악재 중 하나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유럽 등에서 셧다운이 일어나는 상황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 수출 감소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이 조금씩 가시화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한국은 명목 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4%(2018년 기준)로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악재가 계속될 경우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용 등 다른 경제지표도 더 나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한국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6%)과 외환위기의 영향을 받은 1998년(-5.1%)뿐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이 오는 23일 발표 예정인 올해 1·4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은은 2월 수정전망 발표에서 올해 1·4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해(-0.4%)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1%대 성장률도 쉽지 않다”며 올해 0%대 성장을 예측했다. /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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