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나 치료를 해주겠다며 여성 환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한의원 원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지난 1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를 받는 서울 강남구의 한 한의원 대표원장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20시간과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40시간,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추나 치료의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 하에 이뤄진 추행”이라며 “치료 행위를 빙자한 위계를 사용해 추행한 사안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종 성폭력 범죄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추행의 횟수, 추행의 정도,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약 3년 전 직업이 모델인 환자 두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2018년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7년 2월 모델 B씨에게 추가 진료를 해주겠다며 원장실로 들어오게 해 신체 중요부위에 수차례 손을 대는 등 추행했다. 같은 해 5월에는 모델 C씨에 대해서도 옷 속으로 손을 넣어 중요부위를 만지는 등 추행했다. 이후 B씨와 C씨는 ‘진료 시 추행행위가 있었다’며 2018년 2월 A씨를 고소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B씨와 C씨를 상대로 추나 치료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그들의 중요부위에 손을 대는 등 추행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진료 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 해도 이는 정상적인 의료행위일 뿐 추행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A씨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 직업, 재범 위험성, (신상) 공개명령으로 인해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범죄의 예방 및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고려해볼 때 신상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수년간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고 책을 집필하는 등 병원 외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