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CAFE와 SAFE

문석수 인하대 기계공학과 교수




CAFE와 SAFE. 미국의 자동차 연비(연료경제성) 규제와 관련된 용어들이다. 한동안 미국을 시끄럽게 했던 이 용어들에 관련된 논쟁이 지난달 30일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CAFE는 기업의 신차 평균연비(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를 의미한다. 신차에는 전기차도 포함되며 연비에는 전기생산 에너지도 포함된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2012년 CAFE 규제를 도입하고 오는 2025년까지 매년 5% 정도의 연비개선을 의무화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의 자동차 판매 대수당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매우 엄격한 규제로 일본기업에 비해 차량 연비가 낮은 미국의 기업들에는 점점 넘기 힘든 문턱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의 환경청(EPA) 및 연방자동차안전기준국(NHTSA)은 기존의 CAFE 규제를 완화하는 SAFE(Safer Affordable Fuel Efficiency) 도입을 추진했다. 2018년 처음 논의된 SAFE 규제는 현행 CAFE 규제를 2026년까지 동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강한 환경규제 및 전기차 보급정책을 펴고 있는 캘리포니아 등 13개 주에도 일괄 적용되는 것이어서 해당 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 자동차 업계 역시 지나치게 완화된 환경규제가 오히려 미국 자동차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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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EPA와 NHTSA는 SAFE 규제를 확정 발표했다. 2018년 제시된 안의 절충안으로서 기존 CAFE 규제의 연비 개선폭을 2026년까지 연간 1.5%로 대폭 완화했다. 표면적으로 제시된 개정의 배경은 연비개선을 위한 노력은 지속하되 과도한 연비개선을 위한 기업의 개발 비용 증가 및 차량 가격의 상승은 경계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그 비용을 차량의 배기 저감 및 안전성 기술에 투자해 소비자들이 보다 새롭고(newer), 깨끗하고(cleaner), 안전한(safer) 차량을 이용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연료의 가격이 대폭 낮아진 지금, 사람들이 연비가 좋은 차보다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연비개선 기술을 이루더라도 사회적 침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하나의 이유로 제시됐다. 이런 조치는 개인 중심의 가치관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정부의 SAFE 규제에는 정부 문서에 제시된 배경 외에 우리가 모르는 정치적 배경,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대한 또 다른 시각,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 바탕에 깔렸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배경이었든 우리의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중요한 이슈다. SAFE 규제가 미국 및 세계 자동차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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