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불완전판매 민원' 무기로...원금에 이자까지 뜯어내는 민원대행사

[악화일로 보험산업] <6> 민원대행사 표적된 은행계 생보사들

"종신, 저축보험으로 속여 팔아"

금감원에 불완전판매 민원제기

평판 리스크 줄이려 대부분 환급

변호사법 위반 해당...처벌 시급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형사 고발 이후에도 보험 민원대행업체들이 활발한 영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은행계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한 종신보험이 민원대행사들의 주된 먹잇감으로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민원대행업체들이 보험료 환급에 성공한 케이스 10건 중 8건은 은행계 보험사가 판매한 보험으로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해 판매했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민원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보험료에 이자까지 환급받는 패턴이 반복됐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 민원대행사인 S사가 올 들어 수행한 178건의 민원대행건 중 138건은 은행계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민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S사가 게시한 성공사례에 주로 등장한 KDB생명의 더알찬유니버셜종신, KB생명의 국민의평생종신, 신한생명의 신한유니버셜플러스종신 등은 은행계 생보사들이 법인보험대리점(GA)을 통해 판매한 종신보험으로 세 상품의 환급 성공 사례만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은행계 생보사들이 주된 타깃이 된 이유로는 평판 리스크에 보다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금감원이 민원건수·민원증감률 등을 ‘종합검사 대상 선정 관련 평가지표’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민원 줄이기에 열을 올렸다. 유형별·상품별 민원건수를 상세하게 공시하는 데서 나아가 대외민원 건수가 늘면 종합검사까지 받아야 한다는 점이 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했고 결국 민원대행업체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은행계 생보사들이 전속 설계사 채널보다는 GA 등 외부 판매 채널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2~3년 전까지 활발하게 이뤄졌던 GA의 브리핑 영업(연고 영업이 아닌 단체 강의 형식의 영업) 방식으로 판매된 상품들은 기존에도 ‘불완전판매’ 민원이 집중된 터라 민원대행업체들 역시 이 점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민원대행사들은 소비자들이 보험을 해약할 때 보험료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환급받을 수 있도록 상담부터 민원 제기, 서식 작성까지 전 과정을 컨설팅한다. 대부분 보험 설계사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판매 과정상의 빈틈은 물론 보험사의 약점을 꿰고 있다는 게 보험사들의 전언이다. 민원대행업체들은 5만~10만원 정도의 선불 착수금을 받고 환급금의 10%가량을 성공 보수로 챙긴다. 보험업계에서는 마치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업체처럼 보이지만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금전적 대가를 받고 감정, 대리, 중재, 화해, 청탁, 법률상담, 법률관계 문서 작성 등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손보 협회는 지난해 12월 S사를 고발했고 해당 사건은 구로경찰서 조사를 거쳐 이달 초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민원대행업체들이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영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국내 최초 금융 보험피해구제기관’이라는 타이틀까지 내걸고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온갖 성공사례를 공유해놓은 것을 보면 민원대행업체들은 법적 처벌까지 감수하고 영업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며 “악성민원고객(블랙컨슈머)까지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현재의 소비자보호 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민원대행업체들의 불법 영업행위를 근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은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