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궈융(袁國勇, Yuen Kwok-Yung) 홍콩대 미생물학과 교수팀은 최근 의학 저널 ‘임상 전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폐암으로 폐 일부절제 수술을 받은 47~64세(평균 53세) 남녀 6명의 떼어낸 폐 조직에 각각 코로나19 및 사스 바이러스를 접종하고 48시간 동안 배양해 바이러스 복제·증식 능력을 비교했다. 사스는 홍콩에선 2002년, 한국에선 2003년 유행했다.
코로나19에 걸린 폐 조직에서 검출된 N 항원 및 바이러스의 양은 사스에 걸린 폐 조직보다 각각 2.3~2.9배, 3.2배 많았다. 검출된 영역도 넓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걸린 폐 조직의 선천면역반응과 그에 따른 염증 유발 정도는 사스에 걸린 폐 조직보다 훨씬 약했다. 사스에 걸린 폐 조직에선 선천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인터페론(IFN)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케모카인 13개 중 11개(84.6%)가 활성화됐다. 이는 사스 환자들이 고열과 빠른 진행성 폐렴, 호흡부전, 10%가량의 사망률을 보인 것과 관련이 있다.
반면 복제·증식능력이 훨씬 뛰어난 코로나19에 걸린 폐 조직에선 인터루킨6(IL6), MCP1, CXCL1, CXCL5, CXLC10(IP10) 등 5개(38.5%)만 활성화되는 데 그쳤다. 사스보다 활성화된 것은 CXLC10(IP10) 뿐이었다. 코로나19는 16%가량만 심각하게 아프고 사망률은 5%를 밑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증식능력은 사스보다 훨씬 강력하지만 선천면역을 자극하지 않고 은밀하게 이뤄져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인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전염병 통제·관리가 사스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코로나19는 기도 분비물에서의 바이러스 수치가 열·기침 등 증상 발생 시점에서 최고 수준을 보여 경증·무증상 환자도 바이러스를 왕성하게 전파한다. 감염 7~10일 뒤에 바이러스 수치가 정점에 도달하는 사스와 다르다.
연구팀은 “사스·메르스는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하는 데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증상 발생 48시간 이후에 항바이러스 요법을 쓰면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증상 발생 초기에 항바이러스 요법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환자에게 고용량 스테로이드, 면역 염증반응으로 증가하는 인터루킨6 억제 약물(길항제) 사용은 감염 초기 바이러스에 의해 억눌려진 선천면역반응을 과도하게 억누르므로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안 교수는 “인구의 90%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7월 이전에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마스크를 계속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