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4일 여야는 격전지를 중심으로 정밀타격에 들어갔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득표율이 5%포인트 이내인 격전지는 68곳에 달했다.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새누리당보다 1석 많은 승리를 거뒀고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내리 민주당은 승리했다. 이번에도 여야가 1·2위 간 격차를 5%포인트 이내로 꼽은 초박빙 지역은 70곳에 달한다. 격전지의 승부에 따라 하룻밤 사이 향후 정치 ‘판’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여야는 선거운동 종료 하루를 앞두고 총력 공세에 들어갔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오차범위 이내의 박빙 지역으로 지목한 지역구를 바탕으로 서울경제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를 추가해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초박빙 지역은 10곳으로 나타났다. 통상 1·2위 후보가 여론조사 오차범위(±3~5%포인트) 내에서 경합하는 지역을 초박빙 승부처로 분류한다. 전북 군산, 강원 강릉은 1%포인트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전북 군산은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신영대 민주당 후보를 1.7%포인트 차이로 앞섰고 통합당 우세 지역인 강원 강릉은 김경수 민주당 후보(29.7%)와 권성동 무소속 후보(31.3%) 간 격차가 1.6%포인트에 불과했다. 각 정당의 텃밭이라고 일컬어지는 해당 지역에서 후보가 분열하면서 어부지리 당선자 탄생도 점쳐지고 있다. 수도권 다수 지역에서 1·2위 간 역전에 역전이 벌어지고 있고, 부산과 충남의 경우 부동층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아 승부를 예단하기 어려웠다.
◇동작을·송파을·고양정 등 ‘역전에 역전’=전체 총선 판도를 좌우하는 서울 지역 가운데 동작을에서는 판사 출신의 이수진 민주당 후보와 4선 의원인 나경원 통합당 후보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했다. 서울 송파을 역시 4선 중진 최재성 민주당 후보와 아나운서 출신 배현진 통합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초접전 양상을 이어갔고 광진을의 고민정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통합당 후보도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지역의 유권자들은 후보의 소속 정당과 인물을 놓고 지지가 갈렸다.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2018년 재보궐선거 때보다는 확실히 배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면서도 “경력 면에서 월등하게 차이가 나 최 후보에 대한 지지세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자양동에 거주하는 두 남매를 둔 40대 신모씨는 “고 후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점에서 보육정책에 기대가 크다”고 했지만 같은 지역 공인중개사무소 직원 박모씨는 “20년 동안 한 후보(추미애 법무부 장관)를 유력 정치인으로 만들었는데 동네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 당을 바꿀 때가 됐다”고 전했다. 경기 고양정의 경우 카카오뱅크 대표였던 이용우 민주당 후보와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통합당 후보가 여론조사에 따라 1위가 갈렸다. 보수색채가 강한 인천도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지역구가 3곳이었다. 중·강화·옹진 지역은 안상수 통합당 의원이 동·미추홀을로 지역구를 옮긴 뒤 민주당의 추격이 강해졌고, 정작 안 의원이 옮긴 동·미추홀을은 통합당을 탈당한 윤상현 무소속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우위를 점했다. 연수을 지역은 민경욱 통합당 후보와 정일영 민주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정미 정의당 후보의 추격이 이어졌다.
◇알 수 없는 부산·경남·충청 부동층 민심=부산진갑은 그야말로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만큼 예측이 어려운 지역으로 꼽혔다. 김영춘 민주당 후보가 서병수 통합당 후보를 오차범위에서 앞서고 있지만 정근 무소속 후보도 10%가량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부동층 역시 15% 이상이다. 경남 양산을은 김두관 민주당 후보와 양산시장 출신의 나동연 통합당 후보가 여론조사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구 수성갑은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주호영 통합당 후보가, 수성을에서는 홍준표 무소속 후보와 이인선 통합당 후보가 여론조사 선두자리를 주고받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급이 나선 상황에서 지역 여론은 ‘인물이냐, 지역일꾼이냐’로 나뉘었다. 대구 중동네거리에서 만난 60대 여성 주민은 “그래도 큰 사람을 찍어야지”라고 했고, 같은 지역 60대 부동산중개소 사장은 “민주당 지지세가 계속 오르고 있어 20%는 될 것”이라며 여당 인물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의 박수현 민주당 후보와 정진석 통합당 후보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이규정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세대별 투표율에 따라 초박빙 지역 판세가 뒤집힐 수 있어 여야 모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세대별 지지정당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상황에서 누가 더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끄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종호·진동영·박형윤·박효정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