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중심으로 1·4분기 성적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월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실적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 주요 기업들의 경우 올해 평균 최대 30%가량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이번 실적 발표가 향후 증시의 흐름을 예고하는 풍향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올 1·4분기 순이익이 28억7,000만달러(약 3조 4,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9%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290억달러로 같은 기간 3%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대출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폭 쌓았기 때문이다. 웰스파고는 주당순이익(EPS)이 예상치(33센트)보다 훨씬 낮은 1센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15일 실적을 발표하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가 끊기면서 수익이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후파이낸스는 “금융권의 1·4분기 실적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심해지기 전까지이기 때문에 실제 상황의 일부만 반영한 것일 수 있다”며 “개인과 기업대출·투자 부문 등이 모두 타격을 입고 있는데다 여행사나 백화점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은행들은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다음달까지 셧다운(영업정지) 조치가 이어지면 은행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1·4분기 실적 공개는 14일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존슨앤드존슨을 시작으로 15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씨티그룹, 생활용품 판매업체 베드앤드배스, 16일 블랙록을 비롯해 이번주에만 170여건이 예정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대형 상장기업 1,500개를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300개에 가까운 곳들이 실적 전망을 철회했고 175개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중단했다.
시장 조사업체 팩트셋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1·4분기 이익이 평균 1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별로는 저유가에 고전하고 있는 엑손모빌과 셰브론, 딜러사 영업중단으로 매출이 급감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이익 감소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포드는 코로나19에 따른 판매와 생산침체에 1·4분기 세전 손실이 6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4분기 포드의 순익은 11억5,000만달러였다. 13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가 1%대 하락한 것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전체로는 기업이익이 최대 30%가량 급감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사비타 서브라마니안 BofA 미국 주식 헤드는 내년에 강한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올해 기업 이익이 30%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