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트로트 열풍의 그림자

김현진 문화레저부 기자




“싹 다 갈아엎어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조용한 선거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유세장에서 가장 많이 들린 노래는 개그맨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해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선보인 ‘사랑의 재개발’이었다. 선거운동과 딱 맞는 가사에 최근 트로트의 뜨거운 인기까지 더해져 당을 막론하고 곳곳에서 이 노래가 들려왔다.


지난해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트롯’과 올해 ‘미스터트롯’을 필두로 트로트의 인기가 거세다. ‘미스터트롯’은 우승자를 뽑는 마지막회에서 문자투표 서버가 폭주해 우승자 발표가 미뤄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트롯맨’들은 아이돌 못지않은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으며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은 연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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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의 인기는 아이돌의 K팝 일색인 한국 대중음악의 음악 장르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최근 만난 한 중소 엔터사 대표는 “좋은 전통가요의 역사를 이어간다는 느낌보다는 행사용 음악, ‘쇼’ 음악에 그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트로트가 삶의 깊은 곳을 건드리기보다는 여흥을 즐기는 데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뽕짝’으로 치부된다는 것이다. 연일 이어지는 트로트 가수들의 예능 출연으로 트로트도 ‘육아 예능’이나 ‘여행 예능’처럼 식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로그램의 인기 덕에 트로트 ‘스타’들은 등장했지만 자신만의 히트곡 없이 기존 노래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생명력을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전에도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들이 탄생했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들 중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젊은 트로트 스타들이 ‘반짝’ 인기를 소비하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생명력 있는 트로트 신곡을 더 많이 선보이며 오랫동안 사랑받기를 기대해본다. 그것이 트로트 음악, 나아가 대중음악 발전을 위한 길이다.
stari@sedaily.com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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