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코로나 와중에도.. 中의 ‘낸드플래시 굴기’

■YMTC, 128단 낸드 플래시 샘플 공개

올 연말 양산 예정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추격 예고

中 당국의 '묻지마 지원'과 특허 도용 등으로 빠르게 기술 향상

모회사 칭화유니그룹 유동성 위기 때문에 투자 모집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낸드



중국의 양쯔메모리(YMTC)가 1.33Tb(테라비트) 용량의 128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샘플을 공개하며 ‘반도체 굴기’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기술 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본격 양산에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4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적잖은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YMTC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128단 낸드플래시인 ‘X2-6070’ 샘플을 공개했다. 지난해 64단 낸드플래시 제품 양산에 성공한 YMTC는 올해 말께 128단 제품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8단 제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양산에 성공한 제품으로 YMTC가 올해 말께 관련 제품을 양산할 경우 한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1년 이내로 좁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칭화유니그룹 산하의 YMTC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YMT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본사 및 공장이 자리한 상황에서 지난 몇 달간 우한 봉쇄 기간에도 낸드플래시 공장을 정상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한 ‘중국제조 2025’ 달성을 위해 중국 당국 측이 YMTC를 지원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한국 업체와 YMTC와의 기술 격차가 아직 2년 수준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YMTC가 공개했다는 샘플을 바탕으로 128단 낸드플래시의 기술력을 파악 중에 있으며 실제 양산에 성공할지 두고 볼 일”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128단 낸드플래시 적층 공간에 한번에 구멍을 뚫는 ‘싱글 스택’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CTF와 PUC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4D 낸드를 양산하고 있는 만큼 YMTC와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커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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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국 기업들의 노골적인 자국 반도체 기업 ‘밀어주기’ 행보와 특허 침해 등에 따른 한국 업체의 피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35.5%를, SK하이닉스는 9.6%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반면 YMTC의 본국인 중국은 애플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폭스콘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의 공장 덕분에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38조405억원의 매출을,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46% 수준인 12조5,702억원을 중국 시장에서 각각 벌어들였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D램 대비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YMTC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이 예상된다. 마이크론이 128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앞두고 있는데다 인텔이 업계 최초로 연내 144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공언해 이들 미국 업체의 추격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YMTC의 추격에 특유의 ‘초격차’로 대응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국 시안 2공장 1단계 투자 출하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90단 이상의 3차원 수직구조의 낸드플래시를 본격 양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시안 2공장에 지난 2017년부터 7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향후 2단계로 8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방침이다. 총 15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완료될 경우 삼성전자 시안 2공장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월 13만장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돼 보다 확실한 ‘규모의 경제’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간 반도체 시설 투자 등에 연평균 13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 SK하이닉스 또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업체의 추격을 뿌리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는 칭화유니그룹이 YMTC 투자자 모집을 위해 128단 낸드플래시 샘플을 공개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회로 집적 기술 외에 웨이퍼당 얼마만큼의 반도체를 양산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수율은 한국 업체 대비 크게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칭화유니그룹이 D램 시장 진출까지 공언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낮은 원가 경쟁력하에서도 사업을 유지하려면 꾸준한 자금 확보가 필수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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