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코로나19에 따른 실업공포가 현실로 다가오자 정부는 다음주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일자리 대책을 내놓는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전년동기보다 25%나 급증해 15만6,000명에 달했고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도 60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자리 쇼크를 감안할 때 이번에는 특단의 고용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이번에도 세금을 통한 땜질 처방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용 유지에 쓰는 돈은 헛돈이 아니다”라고 못 박으며 세부 방안을 예시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한 뒤 “실업대책에 공공 부문이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사업을 앞당기거나 한시적으로 긴급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결국 대책의 골자는 고용을 유지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과 공기업을 통한 인위적인 일자리 증대, 재정을 투입해 일회성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 등이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위기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실업은 대란 수준으로 늘어나는데 정부가 검토하는 대책은 역시나 뻔한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체질이 허약해진 기업들은 위기에 빠지자 별 수 없이 사람을 줄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또다시 재정으로 이를 막겠다고 나섰다. 밑 빠진 독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물만 붓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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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돈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은 규제 혁파와 친시장 정책으로 민간의 투자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것이다. 환경을 만들어 주면 기업은 떠밀지 않아도 투자에 나서고 해외로 나간 기업도 자연스럽게 돌아온다. 그래야 경제 전반에 생산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갑자기 쏟아진 실업의 충격을 완충하는 차원의 단기대책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의 산업 패러다임 변화까지 감안한 중장기적 해법을 병행해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일자리는 재정이 아니라 기업이 창출한다는 평범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를 존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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