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반복되는 청와대의 금통위원 '깜깜이 인선'

백주연 경제부 기자




“신임 금융통화위원이요? 저희도 그저 기다릴뿐이죠. 총선도 끝나니 17일 전에는 나오겠죠”

최근 만난 한국은행 고위직은 매번 금통위원이 교체될때마다 반복되는 ‘깜깜이 인선’에 이골이 났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달 20일로 금통위원 4명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지만 차기 금통위원이 누구인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로 금융·통화정책이 중요한 상황인데도 결국 금통위원 인선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날때까지 미뤄졌다.


금융권에서는 청와대가 금통위원 자리를 두고 고심한다는 말이 2월 말부터 흘러나왔다. 한은을 비롯해 기획재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 은행연합회 등이 금통위원을 추천하도록 돼 있지만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인선 절차에 대해 법이나 규정이 없어 언제 어떻게 이뤄지는지 아무도 모른다. 한 추천기관의 고위 관계자 말에 따르면 이름을 써넣는 칸만 비워놓았다가 청와대에서 후보를 지정해주면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관행이 그동안 이어져 왔다고 한다. 그는 “보통 1~2개월 전에는 청와대에서 후보를 언급해 주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이 없었다”며 “4월 총선이 변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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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한은 노조가 이달 초 조합원을 대상으로 차기 금통위 후보들의 선호도를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하마평에 오른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선호도가 낮았다. 통화정책 전문성 부족과 함께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이 독립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한은 노조는 지난 2016년과 2018년에도 금통위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청와대 임명 방식을 지적했다.

별도의 청문·승인 절차가 없는 기존 방식은 인선 과정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통화정책 결정이 친 정부 성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위험을 늘 안고 있다. 저성장이 지속하는 가운데 전염병 같은 국제적 경제 위기가 잦아지며 중앙은행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보다 중립적인 금통위원 선출을 위한 추천·임명절차 논의가 필요하다.
nice89@sedaily.com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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