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에서 앞서 ‘거친 입’로 주목받았던 ‘보수투사’ 후보들이 연이어 4·15총선에서 낙선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수위 높은 강경발언으로 진보진영과 이념적으로 대립해왔던 나경원·민경욱·이언주·김진태·전희경 후보 등은 21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나경원 동작을 후보는 8,381표 차이로 패했고, 김진태 후보는 9,000표 넘는 표차로 낙선했다. 통합당이 공을 들였던 수도권 대결에서 지면서 ‘보수투사’ 후보로 중도층 표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서울 8개 지역에서 당선된 통합당 후보들은 대부분 개혁보수세력이거나 기존 정치에 빚진 게 없는 정치 신인이었다. 권영세 용산구 의원은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는 유승민 의원과 함께 보수개혁에 힘을 쏟았고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은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새로운보수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배현진 전 앵커나 윤희숙 전 교수는 보수당의 ‘막말 정치’와 거리가 먼 ‘뉴 페이스’ 후보였다.
전문가들과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이런 변화에 주목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도층과 무당층이 다 더불어민주당을 찍었다”면서 “(통합당이)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질책성 표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에 사는 김모(26)씨는 “이번 총선 결과가 놀랍지 않다. 통합당이 보수를 대표하기에는 극단적인 ‘우파’의 언어를 지나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노모(34)씨는 통합당을 향해 “시대에 뒤처진 정당”이라며 김진태 의원의 5·18망언과 민경욱 전 대변인의 헝가리 유람선 침몰 참사 관련 말실수를 언급했다.
통합당이 그동안 보수의 ‘언어’를 표방하는 데 그치고 보수의 철학을 담은 ‘정책’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국민들의 실생활과 연결된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으로 정부 여당과 각을 세웠어야 했는데 거친 태도나 언행, 혹은 비본질적인 이슈에 막말로 각을 세웠던 것이 심판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의 가치와 철학을 재정립했어야 했다. 결국 경제, 외교·안보, 코로나19 방역과 같은 영역에서 정부 여당과 확실히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