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서울 주요 대학의 온라인강의 일정이 연장되는 가운데 등록금 환불 논란에 이어 성적평가 방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정성을 위해 중간고사를 보지 않거나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등 나름의 자구책이 나오고 있지만 한양대,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에선 여전히 상대평가 방식을 고집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절대 평가를 도입한 다른 대학이 학생들에게 학점을 후하게 줄 경우 취업에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7일 한양대 재학생 커뮤니티에는 비대면 중간고사와 함께 등급제 상대평가를 유지하겠다는 학교 측 입장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온라인 시험의 경우 다른 사람이 대리시험을 봐도 걸러낼 방법이 없는 만큼 상대평가를 유지하면 정직한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양대 재학생 김모(27)씨는 “코로나 정국에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등급제 평가방식을 개선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대리시험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학교 측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학교 커뮤니티에는 대리시험자를 구한다는 게시글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성균관대 재학생 커뮤니티에서도 상대평가를 유지한다는 학교 측 방침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성균관대는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되, 교수별로 평가방식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성균관대 재학생 홍모(25)씨는 “아직도 어떤 방식으로 성적을 산출할지 공지하지 않은 교수님들이 많다”며 “모두 같은 공간에서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데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내세운 건 무리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학 측은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양대 관계자는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학점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학교 측에서 A등급 비율만 제한하는 방식을 제시했지만 학생들은 완전한 절대평가를 원하고 있어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도 “절대평가로 전환하려면 학칙개정 등 복합적 문제가 있어 상대평가 등급비율을 두고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다수의 서울 주요 대학들은 온라인강의 일정 연장에 맞춰 절대평가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올 1학기를 전면 온라인강의로 시행키로 한 서울대는 교수들에게 절대평가 적용을 권고했고, 연세대도 공정성 담보가 어렵다며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는 대신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서강대, 세종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도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성적평가 방식이 절대평가로 바뀌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한양대 재학생 신모(27)씨는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되더라도 여전히 오픈북 등의 문제가 남아있어 시험 출제방식에 대한 고려도 같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민구·심기문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