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103140)이 회사채 투자 수요 확보에 성공했다. 채안펀드의 지원사격 없이 시장에서 발행물량이 전액 완판되면서 회사채 시장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풍산(A, 안정적)이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8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산업은행이 200억원어치를 매입했으며 나머지 물량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기관들에게 소화됐다.
현대오트론에 이어 풍산까지 무난하게 시장 수요 확보에 성공하면서 얼어붙었던 회사채 투자 심리도 다소 풀리는 분위기다. 이에 힘입어 채안펀드 지원 대상이 아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동원시스템즈도 발행 계획을 구체화하고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여전히 높은 크레딧스프레드는 부담이다. 풍산은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70bp(1bp=0.01%포인트)까지 확대해 투자 유인을 늘렸다. 이날 주문이 쏟아지면서 가산금리는 58bp로 확정됐지만 회사가 증액을 검토하면서 금리는 다소 올라갈 전망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A등급 회사채 금리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회사채 투심의 가늠대가 되는 크레딧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차)는 한달 새 24bp나 상승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 회사채 수요가 있긴 하지만 기업들의 펀더멘털 우려나 수급 환경 등을 고려해 금리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기업이 아닌 경우 조달 비용 상승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AA급 기업들은 목표금액의 2~3배가 넘는 자금이 들어오면서 발행금리를 크게 낮췄다. GS(078930)(AA, 안정적)는 2,000억원어치 발행하는 3년물에 5,0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채안펀드도 800억원어치 매입하며 힘을 보탰다. 자금이 몰리면서 회사는 3,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발행금리는 증권신고서 기준으로 19bp, 증액 기준으로 25bp 수준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SK에너지는 3,000억원 규모로 진행한 사전청약에서 9,700억원의 뭉칫돈을 받았다. 2,000억원 규모로 모집한 3년물에 6,000억원, 5년물(200억원) 2,400억원, 10년물(600억원) 1,300억원의 자금이 각각 몰렸다. SK에너지 역시 증액을 검토하면서 발행금리도 희망금리밴드(개별민평 -70bp~+70bp) 중반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