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아름다운 얼굴에 대한 강의를 외국에서 할 때 늘 보여주는 것은 현대 서구의 대표적인 미인으로 꼽히는 앤젤리나 졸리의 사진이다. 그러나 앤젤리나 졸리의 눈·코·입 모양이나 크기는 그대로 두고 눈을 몰리게 한다든지 코와 입술 사이인 인중을 늘린다든지 하면 정말 이상한 얼굴이 나온다. 즉 눈·코·입의 모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눈·코·입의 상호 밸런스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처럼 미인은 얼굴 구성요소 개개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이들 상호 간의 균형이 완벽하게 맞았을 때 비로소 탄생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눈·코·입이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미인은 확률적으로 탄생할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일종의 ‘돌연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미인이라는 돌연변이는 진화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동물행동학자인 영국의 데즈먼드 모리스는 그의 저서 ‘털없는 원숭이’에서 진화론적으로 인간이 털을 벗게 된 원인이나 여성의 유방이 다른 포유류와 달리 커진 점, 귓불이 발달한 점, 번식기가 따로 없는 점 등을 성적인 이유에서 찾았다. 즉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임신 기간과 양육 기간이 길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남성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때문에 일부일처제가 발달했으며 일부일처제를 잘 유지하기 위해 진화론적으로 성적인 면이 발달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런 진화론적 측면에서 볼 때 미인이라는 돌연변이는 우월한 남성의 좋은 유전자를 퍼뜨리는 개체 번식에 있어 유리한 측면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세계에서 인정하는 아시아 미인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코리안 뷰티’도 진화론적으로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매력적인 ‘코리안 뷰티’는 계란형 얼굴에 통통한 볼살, 큰 눈, 눈 밑 애교살 등이 특징이다. 동물행동학의 창시자인 콘라트 로렌츠 박사는 종을 떠나서 둥근 얼굴에 큰 눈, 통통한 볼살, 넓고 둥근 이마 등이 베이비 페이스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자면 코리안 뷰티의 특징 역시 귀여운 이미지의 베이비 페이스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귀여움’에 끌리는 것이 식욕과 성욕 못지않게 아주 원초적인 인간의 본능이라는 주장이다. 진화심리학자인 데어드르 배럿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류는 종족 보존을 위해 아이들을 보호하는 본능을 가지도록 유전적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귀여운 외모에 본능적으로 호의를 느낀다고 했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듯이 베이비 페이스에 호의를 느끼는 본능을 이용한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산업은 이미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둥근 얼굴과 큰 눈의 미키마우스·헬로키티·뽀로로·쿵푸팬더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통통한 볼살과 큰 눈을 가진 베이비 페이스의 ‘코리안 뷰티’가 세계적인 미의 기준이 된 이유도 귀여움에 호의를 느끼는 본능을 깨우기 충분하도록 진화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미생물도 돌연변이를 통해 종족 보존의 본능에 충실하게 진화한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단일 나선구조인 RNA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염기서열이 단일 나선구조이기 때문에 이중나선구조인 DNA바이러스보다 돌연변이를 잘 일으킨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와 메르스 등의 원인균인데 이들의 사촌 격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돌연변이를 통해 이들 바이러스와 달리 전파력은 높이고 치사율은 낮추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 결과 잠복기에도 전염되는 무증상 감염을 통해 사스보다 100~1000배 높은 전파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대만 장화교육대와 호주 머독대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도에서 발견된 코로나19는 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에 부착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도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이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무력화하는 것인데 만약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긴다면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매우 위험한 의미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생각하기 끔찍한 결과이지만 진화론적으로 코로나19는 돌연변이를 통해 개체 증식과 종족 번식에 확실히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