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전통해 세상읽기] 哭日不歌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코로나19 현장 영웅들에 감사 표하고

이웃의 슬픔에 공감하는 모습 보여줘

마음 치유하는 사회적 운동 고민할 때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그 확산세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숫자로 보면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85만명을 넘어섰고 총 사망자는 11만4,000명을 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자가 1만명을 넘고서 코로나19의 확산 추세가 꺾여 주춤하고 있지만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 200명을 넘겼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치료와 방역에 집중하다 보니 놓치는 점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특히 의료진에 대한 예우와 사망자에 대한 존엄 등은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구와 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전국에서 의료진과 소방인력이 자원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원자 중에는 공무원도 있지만 민간 분야의 참여자도 적지 않다. 확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장으로 달려간 지원자들에게 당연히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현장을 묵묵히 지키면서 이전과 다른 일상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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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코로나19가 확진돼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았건 아니건 치료와 방역에 헌신하는 분들에 대해 마냥 고맙다고 생각만 할 것이다. 영국에서는 오후8시면 시민들이 자신이 있는 곳에서 박수를 보내는 ‘보살피는 이들을 위해 박수를(Clap for carers)’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우리도 거리 곳곳에서 현수막에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하고 고마움을 문자로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응원은 이전과 다른 위험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지친 심신을 일으킬 힘을 보태줄 것이다.


공동체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맞서서 이웃을 돌본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의 노고를 기리는 일이라면 응당 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의 현장을 지키는 작은 영웅들에게 훈포장 수여를 조용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한 사람에게 훈포장을 무분별하게 줘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코로나19의 현장을 지키는 분들은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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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코로나19로 확진됐다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하는 환자가 많다. 단 한명의 사망자라도 적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이미 200명을 훌쩍 넘겼다. 감염 우려 때문에 가족도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사망자가 속출해 시신을 임시로 쌓아두거나 가매장하는 일마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의 신문에 부고 기사가 한두 면이 아니라 10면을 넘기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각자 다양한 사연으로 삶을 개척해온 사람들이 코로나19의 창궐로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고 장례마저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면 사람이 응당 누려야 할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는다. 가족만이 아니라 공동체는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장례에 대한 기억을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 지금 상황에서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를 형편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공자는 상을 당한 사람 옆에서 식사할 경우 배를 채우지 않고(식어유상자지측·食於有喪者之側, 미상포야·未嘗飽也) 상갓집에 조문을 다녀온 날이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곡일불가·哭日不歌)고 한다. 공자는 개인의 정서에 충실하기보다 가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에 공감하고 함께 나누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함께 어울리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다운 호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감은 지금 슬프지만 앞으로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 만하다는 안정감을 주게 된다.

지금 코로나19의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은 치료와 방역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갑작스럽게 맞이했던 많은 죽음을 쉽게 잊을 수 없고 가족은 망자를 제대로 장례 지내지 못한 안타까움을 쉽게 떨쳐낼 수 없다. 이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앞으로도 보낼 사람들의 감정을 위로하고 그 고통을 덜어주는 운동에도 신경 쓸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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