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발과 유적의 보존이라는 갈등 속에서 상생(相生)의 지혜를 찾은 좋은 사례로 생각된다.
지난 2015년 서울 종로의 도심 한복판에서는 낡은 건물 등을 철거하고 현대적인 빌딩을 건축하기 위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발굴조사가 실시됐다. 이 과정에서 현재의 지표면 4m 아래로부터 조선 시대 한양의 모습에서 일제강점기 건물까지 차곡차곡 쌓여 600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대규모 도시 유적이 확인됐다. 발굴조사 결과 시기를 구분할 수 있는 4개의 문화층에서는 15세기 조선 시대 초기부터 20세기 일제강점기까지에 해당하는 108개동의 건물지와 그 건물을 이어주던 골목길 등의 유적과 함께 조선 시대 백자를 비롯한 1,000여점의 유물이 쏟아져나왔다.
이 유적을 두고 도심 재생을 위한 개발이냐,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적의 보존이냐를 고민해야 했다. 지하에 유적을 보존하면서 빌딩도 건축하는 방안을 고민한 끝에 탄생한 것이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다. 사업주에게는 유적 보존에 따른 손실액을 용적률 인센티브 등으로 상쇄해주고 일반인들에게는 전시공간을 개방해 문화공간으로 제공한 상생의 결과물로 모두가 만족하기 충분했다.
문화재가 개발을 막고 골치 아픈 장애물로만 인식되던 기존의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의 사례를 통해 개발에 따른 문화재의 보존과 이에 따른 사업주의 손실을 보상하는 방식으로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어창선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