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여당 측에 180석의 의석을 내주며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은 미래통합당이 이르면 다음 주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포함한 당 일각에서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당은 선거 패배 이후 내홍을 경계해왔지만 이미 내홍 속으로 빠져든 모습이다.
통합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19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공천 과정에서부터 개입하고, 선거운동 국면에서 ‘전권’을 행사했다면 선거 승패와 무관하게 지금의 ‘김종인 비대위’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못했던 게 사실인 만큼 김 전 위원장 말고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게 통합당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번 주에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7일 김 전 위원장을 만나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통합당 최고위원회는 앞서 비공개회의를 열고 김 전 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의견을 모았다. 김 전 위원장은 연말까지 임기가 보장되면 위원장직을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이 최종 수락할 경우 당선자 총회를 통한 의견 수렴, 전국위원회 의결 절차 등을 거쳐 통합당은 비대위 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김태흠 충남 보령·서천 당선자는 이날 “총선 결과에 책임이 있고 총선에 실패한 심 대행이 당의 미래가 걸린 사안을 당내 논의 없이 결정하고 외부 인사에게 당을 맡아달라고 한 것은 월권행위”라며 “당의 진로는 최소한 당선자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세 (서울 용산) 당선자는 17일 “지금 당 안팎에서는 새 지도부를 꾸리는 것과 관련한 논의만 들린다”며 “선거에서 처참하게 참패한 당이 고작 한다는 게 감투싸움인 것으로 비쳐질까 두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