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아파트 101동 4층 26억 8,000만 원’ ‘A 아파트 101동 6층 26억 8,000만 원’. 부동산 중개 포털에서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매물을 살펴보던 B 씨는 각기 다른 부동산에서 동일 평형·동일 가격의 매물 3건을 올린 것을 발견했다. B 씨는 세 부동산 중 한 곳에 전화를 걸어 매매를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미 팔렸다”였다. 매물을 올려놓은 다른 두 곳의 대답도 동일했다. 가격은 같지만 엄연히 동과 층이 다른 별개의 매물들인데, 이들이 모두 같은 시기에 팔렸다는 얘기다. 알고 보니 세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은 모두 같은 매물이었다.
동일 매물인데도 불구하고 동·층 등 조건을 바꿔 마치 다른 매물인 것처럼 올려놓는 중복 매물이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 매물 수의 배에 달하는 유령 매물들이 부동산 중개포털에 올라와 있어 매수자들 사이에서는 ‘포털에 올라온 매물 수를 단지 앞 부동산 수로 나눠야 실제 매물 수가 나온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서울 강남지역 I 공인 관계자는 “한 매물을 복수의 부동산에서 올리는 경우가 꽤 있다”며 “서로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으니 동·층수를 다 다르게 해서 여러 부동산에서 올린다”고 말했다. 물론 매도인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매물의 세부 정보를 실제와 다르게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 개의 매물을 복수의 부동산에서 서로 다른 조건으로 올려놓는 경우 실제보다 매물이 더 많은 것으로 비춰지는 등 혼선을 가져온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거래는 공동중개 시스템이다. 때문에 중복 매물 문제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같은 매물을 다른 매물인 것처럼 동·층 등 정보를 바꿔 올려놓는 것은 ‘허위매물’로 볼 수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관계자는 “전속중개가 아니라 공동중개가 대부분이기 대문에 제도적으로 중복 매물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매물을 조건을 다르게 해서 여러 부동산에서 올려놓는다면 이는 허위매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